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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자원위기의 현실화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2,777 등록일2022-01-28
KRICT_매거진 193호_나르샤 썸네일.jpg [449.5 KB]

KRICT 나르샤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자원위기의 현실화

 

2019년 이른바 ‘소부장’ 위기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가운데

2021년 ‘요소수’ 사태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국가 대동맥인 물류·유통의 전면 중단이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한민국을 흔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발 빠른 대처와 범국가적 협력으로

요소수 품귀 사태는 발발 후 두 달 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더욱 취약해진 글로벌 공급망은 언제든

제3, 제4의 자원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거듭되는 닮은꼴 위기

‘소부장·요소수’는 시작이다

 

 

지난해 한국은 연간 수출액 6,4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세계 10위 경제대국, 세계 8위 무역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킨 것입니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2021년 발생한 요소수 사태는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자

기초자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의 불안한 위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중국발 도미노 사태

 

그야말로 느닷없던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021년 9월부터 시작된 중국 전역의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는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히려 중국의 석탄발전소와 공장 조업 중단 덕분에 연일 전례 없이 깨끗한 대기질이 유지되며 모처럼 청명한 가을을 만끽하게 됐다고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전력부족 사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경제에 큰 여파를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생산시설들이 가동을 멈추자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 한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집약산업이자 환경오염 때문에 선진국들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던 1차 원자재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라믹, 실리콘, 알루미늄, 철강, 마그네슘, 요소 등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11일, 우리나라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요소의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발표합니다. 자국 농민에게 비료를 우선 공급하기 위해 요소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였습니다.

 

중국산 요소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소식은 곧 중국 현지 공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도 전달되었는데요. 비슷한 시기 국내 자동차·화물차 커뮤니티 등에서도 역시 “조만간 우리한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디젤엔진 차량의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의 품귀현상을 우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소수에 감춰진 중요성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중 한 곳인 유럽연합은 1990년대 초부터 일반 승용차와 화물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제한 기준인 일명 ‘유로-X’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환경규제에 맞춰 현재 출고되는 경유 차량 대부분에 요소수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SCR’을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있습니다.

 

차량 배기구에 설치되는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은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질소산화물(NOx)을 분해해 환경에 무해한 질소로 바꾸는 장치인데요. 요소수는 SCR 장치에서 분사되며 수분과 열에 의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바뀌고, 암모니아는 질소산화물을 질소(N₂)와 물(H₂O)로 바꾸는 환원제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70% 이상 줄어들게 되는데요.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의 SCR 부착 차량은 승용차 133만 대, 승합차 28만 대, 화물차 55만 대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특히 국내 산업 활동의 핵심인 화물트럭, 버스, 건설장비를 비롯해 안보자산에 해당하는 소방차, 구급차, 군용차량 등은 주유를 할 때마다 요소수를 완충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석유와 같은 국가 전략물자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값싸고 제조도 간단한 물질인 까닭에 관련 종사자와 차량 소유주를 제외하면 그 존재와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채산성 낮은 요소 생산

 

요소(尿素, urea)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체내에서 합성되는 질소대사의 최종 생성물로 주로 소변을 통해 배출됩니다. 요소는 1900년대 초반 화학의 발전으로 인공 합성된 최초의 유기 화합물이기도 한데요. 독일의 프리츠 하버가 질소와 수소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질소고정법을 개발한데 이어, 카를 보슈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요소 생산법을 개발하며 산업적 위상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요소 비료의 탄생은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20세기 농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요소수지와 의약품, 화장품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며 오늘날 요소는 전 세계적으로 2억 톤이 넘게 생산되는 중요한 화학소재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 저감용으로 이용되는 요소수는 이 요소를 물에 녹인 수용액입니다. 자동차에는 32.5%, 선박에는 약 40% 농도의 요소수가 사용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1961년부터 비료회사들을 통해 요소를 만들었지만 2011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였고 이후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도 전량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온·고압의 생산공정에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는 데다 상당한 환경오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격은 낮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현재 요소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파키스탄·벨라루스·베트남 등의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도 1961년부터 비료회사들을 통해 요소를 만들었지만 2011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였고 이후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도 전량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온·고압의 생산공정에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는 데다 상당한 환경오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격은 낮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현재 요소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파키스탄·벨라루스·베트남 등의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입니다.

'제2 요소수 대란' 막으려면

 

2021년 10월 중순부터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요소수대란은 두 달여 만에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수입선 다변화와 중국의 수출재개, 매점매석 단속과 긴급수급 조치 등이 시행되며 요소수 공급량이 평균 소비량을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연말 그간의 구매제한 조치 등을 해제하고 물량 제한 없이 요소수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는데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칫 심각한 위기상황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던 중국발 요소수 품귀사태는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규제 사태와 함께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서 나타나듯 자원의 무기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세계 경제환경 속에서 더욱 전 방위적인 중장기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소재·부품·장비 등의 핵심기술부터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기초 범용자원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언제든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21년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성과보고회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두 해에 걸쳐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지원사업에 총 9,241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1,570건의 특허 출원, 2천여 건의 논문 등이 탄생하는 등 많은 진척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핵심품목 원천기술 확보와 고도화를 위해 현재 57개인 국가핵심소재연구단을 2025년 100개로 확대하는 등 미래 첨단기술 선점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에도 힘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기술 개발

 

전문가들은 이번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국내 산업 생태계의 또 다른 약한 고리로 확인된 원자재 공급망 역시 특정 국가 의존도를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욱 빈번해지는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려면 대체 수입처의 확보와 함께 대체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입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국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941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은 1,850개로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 품목은 요소수처럼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도 즉각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특정국가의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이거나 관찰 필요성이 큰 4,00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국가차원의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는 한편, 수입 의존도가 특히 높은 100~200개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지정해 특별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경제안보에 필요한 관련 법안 정비, 예산 증액과 함께 국책연구기관과 학계를 중심으로 대체기술의 중장기 R&D 제도화에도 주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