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스페셜 1
꺾이지 않는 물가상승,
주범은?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입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아우성이 요즘처럼 피부에 와 닿는 때도 없던 것 같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시민들이 고물가와 실질소득 감소에 울상 짓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물가 상승은 무엇 때문일까요?
"문제는 에너지야!"
최근의 전 세계적인 물가 오름세는 통화량과 유동성 증가, 보복소비와 공급 병목현상, 주거비와 임금상승 압박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이 가운데서도 특히 원유, 천연가스, 광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요인이 2022년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수출량으로는 세계 2위입니다. 하지만 서방 세계의 경제제재로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줄였고, 이는 에너지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더해 OPEC 회원국 등 주요 산유국들이 앞다퉈 판매가격을 인상하고,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까지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며 유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높아진 국제유가는 당연히 수입 물가 상승, 각종 산업비용 증가, 공공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집니다. 치솟는 외식비용은 둘째 치고 지난겨울 모두를 화들짝 놀라게 했던 난방비, 전기료 폭등 사태가 다가오는 여름철 냉방비 대란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높지요.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고심 끝에 막대한 세수 펑크를 각오하고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연장하며 물가 안정에 올인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의 열쇠
전 세계적인 에너지 비용의 증가는 실상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 정세, 끊이지 않는 자원 갈등, 그리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에너지 생산과 소비 전 영역에 걸쳐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 추세 속에 계속해서 높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친환경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세계 과학기술계의 분주한 움직임입니다. 이에 누가 먼저 미래 에너지 기술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세계의 권력 지도와 경제 질서가 뒤바뀌게 될 것이란 예측이 갈수록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주도권이 향후 국제사회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십의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새로운 범용 에너지원 발굴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이상적이며 또한 현실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손꼽히고 있는 태양광·풍력·지열 등의 재생에너지, 자연 어디에나 존재하는 수소에너지, 이미 오랜 시간 연구와 응용을 통해 효율성이 검증돼온 원자력에너지 등의 혁신기술 연구개발에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하고 평등한 출발선
에너지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더없이 매력적인 기회이기도 합니다. 천혜의 자원이 없어도 이제 지식과 기술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나라든 선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아주 공정하고 평등한 출발선이 열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바로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입니다.
현재 에너지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과학기술 주요 선진국들의 동향에서 과감한 투자 이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다가올 미래 에너지 밸류체인 내에서의 전략적인 포지셔닝입니다. 바로 새로운 에너지 핵심원천기술의 수출국 지위 선점이지요. 현재 펼쳐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치열한 에너지 패권 경쟁이 결국 ‘누가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기술을 개발·공급하게 될 것인가’로 판가름 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비교해 부존자원량은 물론 태양광, 바람 등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생에너지원 공급 모두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이들 국가에서는 고부가가치의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과 수출에 주력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일종의 생산기지 현지화 전략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정과제 실현의 핵심기관으로
갈수록 국가 총력전 양상으로 격화되는 에너지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역시 주도권과 협상력의 열쇠가 된 혁신적인 미래 에너지 기술 확보를 위해 상당 기간 범정부적인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는 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120대 국정과제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안보 확립 및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이란 주요과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태양광·풍력 산업 고도화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 청정수소의 안정적인 생산·공급 기반 구축 등의 목표는 화학연이 지난 40여 년 간 주력해온 연구개발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화학연은 주요 국정과제이자 국가생존기술인 에너지 신기술 연구개발의 중추기관으로서 특히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과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의 열쇠가 될 태양전지, 이차전지, 연료전지, 에너지 발전·저장 연계 독립형 에너지원 등의 핵심소재 개발과 성능 향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