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3.6억 톤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전체 폐기물의 50%가 땅에 매립됐고 19%는 소각됐습니다. 재활용율은 9%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2%는 어떻게 됐는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이렇게 매립되거나 소각되거나 행방불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하천, 토양, 대기, 남극의 빙하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없는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구를 뒤덮으며 인류의 건강은 물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해가 갈수록 쌓여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된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시작된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 수준의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목표 아래 최종 협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2050년으로 마지노선을 정한 탄소중립 정책에 버금갈 만큼 강력한 법적 구속력의 합의문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 세계 산업과 경제,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163개 회원국들의 논의는 여전히 난항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플라스틱 제품 원료의 생산 제한입니다. 다른 하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입니다.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의 처리에 수반되는 비용을 생산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그룹은 생산단계부터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최종 종착지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생산 억제에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생산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오염도 줄어들 거란 것입니다. 반면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약의 취지 자체가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것인 만큼 생산 억제가 아닌 효과적인 폐기물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