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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빛처럼 쏟아진 화학연 연구성과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2,888 등록일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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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나르샤 II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빛처럼 쏟아진 화학연 연구성과

 

 

한국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는 미나리가 아 카데미 최대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BTS의 그래미상 단독무대 역시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게 청 량감을 선사했지요.
사이다 같은 소식은 과학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대중예술만큼 스포트라이트 가 쏟아지는 분야가 아니지만
‘두 달 연속 네이처 표지 장식’이란 쾌거는 한국과학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사건이었습니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네이처의 담장을 시원 하게 넘겨버린 랑데부 홈런, 그 첫 타자는 이름도 생소한 신인 ‘광사태’였습니다. 

 

 

 

광학 현미경의 재발견
2014년 노벨화학상은 초고해상도 광학 현미경을 개발한 미국과 독일 과학자 3명이 받았습니다. 원자와 그 이하 수준의 미세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전자 현미경이 보편화되고 있는 마당에 광학 현미경이라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는데요. 먼저 ‘관측’이란 단어의 과학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 다. 우리가 눈으로 관측한다는 것은 대상물이 반사하는 빛을 시신경으로 읽어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물체가 너무 작아서 반사되는 빛이 적으면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광학 현미경은 광학렌즈를 이용해 이 미세한 빛을 시신경 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광학 현미경은 아무리 개선해도 빛의 회절 현상이라 는 자연적 한계 탓에 세포와 세포소기관 정도까지만 식별할 수 있을 뿐, 그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나 단백질은 결코 식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학 현미경의 한계 해상 도가 0.2마이크로미터 정도까지라는 것을 입증한 아베 회절 한계(Abbe diffraction limit)가 정설이었지요. 이에 따라 빛을 이용하는 대신 샘플에 강한 전자빔을 쏘아 여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스펙트럼을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전자 현미경이 개발됩니다. 가시광선보다 10만 배 이상 파장이 짧은 전자를 이용하게 되며 2,000배율 정도가 한계였던 인간의 관찰 범위는 약 10,000,000배율까지 무섭게 확장됩니다. 
하지만 이런 전자 현미경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전자빔의 에너지가 너무 높아 살아 움직이는 상태로 세포나 바이러스 등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201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이런 관측의 한계를 기존보다 10배 이상 해상도가 높은 초고해상도 광학 현미경으로 극복했습니다. 광학 현미경의 장점을 극대화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또 3차원으로 나노미터 단위의 DNA와 바이러스, 단백질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입니다. 빛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의 경계를 더욱 확장하게 된 초고해상도 광학 현미경은 생명과학뿐만 아니라 화학적 단일 분자나 원자의 관찰 까지 나노과학 전반에서 중대한 발견을 자극하는 지렛대가 됩니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2021년 새해 벽두 네이처 표지를 장식한 ‘광사태 나노입자’입니다. 

 

상식 깨는 상향변환 현상

 

툴륨 이온(Tm3+)이 도핑된 나노입자 내부에서의 빛의 광사태 (PA:Photon Avalanche) 연쇄증폭반응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물질은 빛을 흡수하면 일부는 열 에너지로 소 모하고 나머지를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로 방출합니다. 하지만 일부 원소의 어떤 나노입자에서는 흡수한 빛보다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하는 ‘상향변환’이 일어납 니다. (정확한 예는 아니지만)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콩자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수분이 빠지며 대부분 작 게 졸여진 콩들 사이에서 뜻밖에 덩치가 더 커진 콩이 생 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향변환 나노물질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작은 에너지의 빛을 집중시켜 주는 돋보기 역할이 가능합니다. 낮은 에너지의 적외선을 사용해도 집중적으로 빛을 도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료에 손상을 주지 않고 노이즈도 적어 지게 되지요. 응용 범위는 바이러스 등의 체외진단기기와 인체 삽입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기 같은 차세대 정밀의료,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자동차용 광센서, 더 넓은 파장대의 빛을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인간의 두뇌 작 동 방식을 모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까지 무궁무진합니다. 이에 따라 상향변환 나노물질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연구가 활발해진 분야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문제는 채 1%에도 못 미치는 낮은 광변환 효율이었습니다. 이번 광사태 나노입자 논문의 교신저자인 한국화학연구원 서영덕 박사는 2009년 상향변환 나노물질에 대한 논 문을 소재 분야의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바 있습니다. 이 를 계기로 우연히 같은 해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미국 연구자와도 인연을 맺게 됩니다. 네이처 표지 논문 의 공동교신저자인 컬럼비아대 제임스 셔크 교수였습니다. 상향변환 나노물질이란 공통의 관심사 속에 10년 넘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이어진 두 연구자의 교류는 이번 네이처 표지 논문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는데요.     

 

 

빛의 폭발적인 연쇄증폭 

 

광사태 나노입자 기반 단일광선(Single-beam) 초고해상도 이미징

 

연구책임자인 서영덕 박사와 공저자인 남상환 박사는 미국·폴란드 연구진과의 오랜 공동연구 끝에 특별한 나노입 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툴륨(Tm)이라는 희토류 원 소로 합성한 이 나노입자는 작은 빛을 흡수시키면 입자를 구성하는 원자격자 구조 속에서 빛이 연쇄적으로 증폭돼 전에 없이 크고 강력한 빛 에너지를 대량으로 방출하고 있었지요. 그 모습이 마치 총성 한 방에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눈사태와 비슷했습니다. 
이 현상은 1%미만에 불과했던 상향변환 나노물질의 광변 환 효율이 40%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기존의 상향변환 나노물질은 빛 알갱이 100개 중 99개의 빛 알갱이는 에너지가 떨어지고 딱 1개만 에너지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화학연과 국제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입자는 40개 넘는 알갱이가 높은 에너지의 빛으로 쏟아져 나 오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진은 새롭게 발견한 이 현상을 이용해 빛으로 보기 힘든 25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광사태 나노 입자로, 201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이 개발한 초고해상 도 광학 현미경보다 더욱 간단하게 초고해상도 나노스코피 이미징을 구현한 것이지요.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발견한 나노입자에서의 광학적 연쇄 증폭반응을 빛의 눈사태에 빗대어 ‘광사태(Photon-Avalanching) 나노입자’로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의 거대 비선형 광학 반응(Giant Nonlinear Optical Responses from Photon-Avalanching Nanoparticles)’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2021년 1월 14일자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공동교신저자인 서영덕 박사와 컬럼비아대학 제임스 셔크 교수는 네이처 표 지논문 발표에 힘입어 최근 과학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고든 리서치 컨퍼런스에 상향변환 나노입자 분야의 컨퍼런스를 창립하고 오는 초여름 미국에서 첫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연구팀은 광사태 나노입자의 더욱 다양한 활용을 위해 약한 세기의 LED 빛으로도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는 후속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화학연구원의 또 다른 스타군단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전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응용연구에도 나설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