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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바이오 대전환의 시대, 앞장서 길을 내다

작성자  조회수3,034 등록일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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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 2

 

바이오 대전환의 시대

앞장서 길을 내다

 

 

국내 언론들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서명(2022.9) 이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첨단 바이오 열풍을 ‘바이오 대전환의 시대’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관련 전문가들은 "5차 산업혁명의 입구에 들어섰다"라고도 말합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 융합에 초점이 맞춰진 4차 산업혁명을 넘어 생명과학과 공학, 바이오와 디지털이 결합하는 첨단 바이오가 각국의 경제·산업과 안보 지형을 뿌리째 뒤흔드는 초강력 태풍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5차 산업혁명의 입구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듬해인 2023년 초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에너지부, 상무부, 농무부, 보건복지부, 국립과학재단 등 미국 내 모든 연방 부처와 관련 기관의 의견을 집대성한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를 위한 담대한 목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향후 화학물질, 의약품, 연료, 소재 등 바이오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산될 제품의 역내 제조 역량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유지에 필요한 R&D 필요 사항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구는 “향후 20년 내에 석유화학산업의 30%를 합성생물학 기반의 바이오 제조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라는 것입니다.

 

개별 부품을 조립하는 자동차 제조업처럼 생명과학에 공학적 관점을 적용하는 합성생물학은 이미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폭발적인 잠재력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모더나가 인공 mRNA를 신속하게 대량 합성할 수 있었던 것도 합성생물학 기업인 긴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의 바이오파운드리 시스템 덕분이었습니다.

 

 

해석에서 창조로

 

 

금세기 초 인간 게놈 지도 완성에 힘입어 개발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e, NGS)은 기존 DNA 분석 장비가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수백분의 일로 단축시켰습니다. 심지어 2만여 개에 달하는 인간의 염기서열 전체를 한꺼번에 해독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매우 신속하고 경제적인 유전자 분석 시대의 도래와 함께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바이오 데이터 축적은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해석’에서 ‘창작’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생명체를 학습하고 연구하는 단계에서 이제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재설계하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인공 생명체를 새로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필두로 우리나라와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모두 바이오 기술과 제조 혁신의 핵심인 합성생물학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불과 2년 뒤인 2026년 합성생물학의 시장 규모는 약 40조 원, 2040년께는 그 120배인 4,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전망하는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 기술 및 제조 산업의 영향력은 더욱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재 합성생물학 기술은 특이점을 맞은 AI와 로보틱스 시스템의 결합으로 생명과학 연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속도와 불확실성의 한계를 극복하며 의료, 환경, 농업, 식품, 에너지,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 대부분으로 빠르게 연구 범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바이오산업의 개념을 넘어 경제와 사회, 안보 전반의 게임체인저로 발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무려 4경 원(4,800조 원의 8,333배)의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오파운드리 플랫폼 기술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합성생물학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만한 연구 성과 한 편이 포함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화학연과 포스텍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공세포에서 원하는 바이오 원료만 자동으로 뽑아내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기존에 세포 속 바이오 원료를 얻기 위해서는 주로 세포를 파괴하고 분해해야 했습니다. 또한 세포를 파괴 또는 분해한 후 나오는 여러 혼합물질 중 원하는 특정 바이오 원료만 추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화학연-포스텍 공동연구진은 이런 과정 없이 인공적으로 설계한 신호 시스템으로 세포 속 필요한 바이오 원료를 한 번에(one-step) 원하는 경로로 자동으로 수송해 세포 밖으로 분비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인공 미생물 세포에서 코로나19 백신 원료 중 하나인 스쿠알렌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기존에 동식물로부터 얻고 있는 건강기능제품 원료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포 속 바이오 원료를 세포 밖뿐만 아니라 세포 속 다양한 위치로도 정확하게 이동시킬 수 있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바이오파운드리’의 구축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합성생물학이 생명과학과 공학의 융합이라면 AI와 로봇기술 등을 적용해 미생물을 공장처럼 사용하는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산업적으로 구현하는 필수 인프라입니다. 새로운 바이오 시스템 제작에 필요한 설계(Design)-제작(Build)-시험(Test)-학습(Learn)의 전 과정을 표준화, 자동화, 고속화해 기존에 한계로 지적됐던 바이오 연구개발 과정과 제조공정의 속도와 효율을 압도적으로 높일 수 있는 혁신 기반이지요.

 

 

 

 

파운드리는 반도체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시설 또는 기업으로 대만의 TSMC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글로벌 파운드리입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렇게 설계(팹리스), 제조(파운드리), 테스트와 패키징 등으로 구분되는 반도체산업과 달리 한 곳에서 바이오 시스템 제작에 필요한 디자인, 설계, 제작을 자동적으로 빠르게 반복할 수 있어 기존의 생명과학 연구에서 불가능했던 대규모의 R&D를 현실에 구현할 수 있습니다.

 

 

 

화학연의 3박자 ‘융합·디지털·실사구시’

 

미국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의 영향력이 가장 단기간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는 신약 개발이 꼽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미 mRNA 백신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감염병 백신과 더불어 유전자·세포치료제 부문의 발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화학연은 이번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된 합성생물학 기술에 앞서 유전자·세포치료 기술인 NK세포 치료제와 CAR-T 치료제 등을 개발해 바이오기업에 이전하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암세포를 보다 정확히 식별하고 제거하기 위해 인체의 고유 면역체계인 NK세포(Natural Killer cell)의 암세포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기술, 환자의 혈액 속 T세포를 추출해 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인식하는 CAR-T 세포로 만들어 다시 주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암 치료법 등이 그것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나쁜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유도하는 단백질 분해 신약 개발 플랫폼(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과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 분해 기술 중 하나인 프로탁(PROTAC) 약물과 분자접착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국내 제약사에 기술 이전한 사례도 첨단 바이오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감염병 백신·치료제 연구 부문에서도 이미 유전자·세포치료의 기반 기술인 유전자 가위로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선별하는 검사법 등을 개발해 신변종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등의 연구가 거듭되어 왔지요. 

 

화학연의 이 같은 첨단 바이오 연구개발 역량은 이미 1980년대부터 바이오매스 기반 화학소재와 에너지 연구, 항생제·항암제·심혈관·바이러스 치료제와 감염병 백신 등의 신약 개발,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 기술 등 오랜 화학-생물학 융합연구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1990년대부터 화학과 바이오 소재 전반에 걸쳐 연구자와 산업계 모두가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들을 구축하는 한편 AI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 온 노력이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첨단 바이오 연구개발의 3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융합연구, 디지털 혁신, 실사구시형 인재 양성’의 지식과 경험이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축적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화학연이 걸어온 선구자의 발걸음이 바이오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의 첨단 바이오 선도국가 도약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