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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초격차 ‘이차전지’개발을 향해

작성자  조회수3,274 등록일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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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1

 

초격차 ‘이차전지’

개발을 향해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이차전지’입니다.코스닥 시장에서 무려 16년 만에 황제주가 탄생할 만큼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을 향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무척 뜨겁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이차전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미래 가치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전략기술 릴레이 포럼의 선두주자

지난 4월 5일 ‘제1회 국가전략기술 포럼’이 열렸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하는 이 포럼은 과학기술이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국방·안보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공감대에 따라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 차원의 전략기술 육성 방향을 모색하는 장입니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이 순차적으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첫 번째 개최된 포럼 주제로 ‘이차전지’가 선정된 것은 조만간 대한민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차전지는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 모든 산업의 핵심 부품입니다. 또한 전 세계적인 무선화와 전동화 흐름 속에서 그 중요성과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지요. 우리나라는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격화되는 기술패권경쟁 속에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이날 포럼은 한국을 대표하는 LG엔솔·삼성SDI·SK온 등의 이차전지 3사를 비롯해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정부 인사까지 국내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대거 운집한 가운데 국내외 연구개발 동향과 정부 R&D 방향 등에 대한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리튬이차전지 및 핵심소재,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셀, 이차전지 모듈·시스템,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 등 세부기술들에 대한 출연연들의 연구 현황도 함께 공유되었는데요. 이 가운데서도 특히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차전지 산업의 잠재적인 파급력에 주목하며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한국화학연구원의 주요 연구 성과들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차세대 기대주 ‘고분자 전고체 이차전지’

화학연은 연구원 설립 초기부터 합성 소재를 이용한 광소자와 전자소자 등 새로운 소재 개발로 연구 영역을 확대하던 중 이차전지 산업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2011년 관련 연구조직을 개편해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연구 개발을 본격화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현재 리튬이온 이차전지 독주체제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고체 고분자 전고체 이차전지, 리튬황 이차전지와 또 다른 다크호스인 리튬공기 이차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이차전지의 대표주자인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1991년 첫 상용화 이후 지속적인 에너지밀도와 충·방전 효율 향상에 힘입어 21세기 이차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구개발과 성능향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큰 약점인 발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요.

‘고분자 전고체 이차전지’는 전기차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이용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입니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매 개체를 고체로 만들어 단락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것입니다. 또한 고분자 전고체 이차전지는 5~10분 정도로 충전 시간이 매우 짧고, 한 번 충전으로 확보할 수 있는 주행거리도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훨씬 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로 크기와 부피, 무게를 줄이는 게 용이한 것도 강점입니다. 이차전지 크기가 작아질수록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편의장비와 공간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화학연은 2022년 2월 고분자 전고체 이차전지의 핵심기술을 국내 소재기업에 이전하며 갈 길 바쁜 국내 전고체 이차전지 연구개발에 한층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화학연은 그간 고분자 내에 리튬 전해질염이 녹아 액체 전해질이 없이도 높은 이온 전도를 가지는 전고상 고체고분자 전해질(Intrinsic Solid Polymer Electrolyte)과 자유변형 전고체 리튬 고분자 전지 개발 등 전고체 이차전지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특히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고분자 전고체 이차전지는 기존에 알려진 전고체 이차전지용 고체전해질보다 뛰어난 이온전도도, 유연성의 고분자 고체전해질과 우수한 복합전극 기술이 적용되며 전고체 이차전지 고유의 강점인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한층 더 향상시킨 것입니다.

 

 

부존자원 풍부한 황과 공기

화학연의 또 다른 주요 연구 분야인 ‘리튬황 이차전지’는 황(S)을 양극재로 사용합니다. 황은 부존자원도 풍부한 데다 정유와 철강 산업의 부산물로도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이차전지의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밀도가 이론적으로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이차전지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황 자체로는 전기전도도가 낮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연은 황 전극의 전기화학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탄소나노튜브, 그래핀과 같은 전도성 소재와 복합체를 제조하여 용량뿐만 아니라 수명특성까지 늘리는 연구 성과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방전 반응 중 형성되는 리튬폴리설파이드의 용해도로 인해 계면 반응 안정화가 어려워 수명특성이 낮아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겔 혹은 고체 고분자 전해질을 도입해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리튬황 이차전지 제조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리튬공기 이차전지’는 공기 중의 산소를 이차전지의 양극재로 사용하는 초경량 전지입니다.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10배 이상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의 차세대 이차전지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화학연은 리튬공기 이차전지 방전반응에서 산소 소모량과 충전반응의 반응 생성가스를 실시간 평가할 수 있는 in-situ DEMS(differential electrochemical mass spectrometer) 장비를 국내 최초로 설치해 리튬공기 이차전지의 핵심인 전극 및 전해질 소재 개발에 활용하는 한편, 리튬공기 이차전지 실시간 분석기술을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성공적으로 이전했습니다.
 
리튬공기 이차전지의 특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전해질 개발에서는 일반적인 카보네이트계 전해질을 비롯해 에테르계, 아미드계, 설퍼계보다 안정성이 높은 용매를 적용하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산화-환원 안정성이 우수한 유기 용매와 기능성 리튬염의 조합으로 산소효율 90% 이상에 부생가스의 발생률은 0.1% 이하, 에너지 효율은 80% 이상을 구현하는 친환경 전해액을 개발했습니다. 충전 과전압을 낮추고 전해액 분해를 억제하기 위한 레독스 매개체 전해액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리튬공기 이차전지의 충·방전 가역성, 용량 및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위하여 다양한 탄소계·비탄소계 전극 개발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다공성 탄소 소재에 귀금속 촉매를 복합화한 전극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는 전극은 우수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고가에 중량 또한 무겁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금속 산화물 촉매 등을 합성·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는 성과를 낳고 있습니다.
 
 

미래 패러다임 견인의 필수동력

이와 함께 화학연은 이차전지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의 소재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화학연 연구진은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더 소형화하면서도 더 오래, 더 빠르게 사용하고 충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벼우면서도 전도성이 우수한 그래핀, 전기 전도도 문제를 해결한 3차원 다공성 실리콘 구조체 등 고용량의 음극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기존의 흑연 대신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해 동일한 크기의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리튬금속 이차전지도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그래핀 전극을 이용한 12000mAh/g의 고용량 이차전지 기술, 진공 여과법을 이용해 제조하는 종이 형태의 그래핀 전극소재 제조 기술, 저렴한 카본블랙계 탄소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시켜 충전 과전압을 낮추고 분해반응을 억제하는 기술, 전기방사법을 이용한 나노탄소섬유 전극 제조 기술,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금속 산화물 양극 소재 합성에서 시트르산을 첨가해 계층구조를 갖게 한 리튬인산철 양극소재 등 차세대 이차전지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 전반에서 고른 성과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산업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주요 생산국인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전 세계 리튬이온 이차전지 출하 량은 221GWh로 집계되고 있습니다(2020년 기준). 또한 연 평균 32%씩 성장해 2030년에는 10배가 넘는 3,670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주도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 속에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속속 가솔린·디젤 등의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차종을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며 현재 이차전지 수요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의 비중이 2030년 89%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한계를 극복할 고용량·고안전성의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 주요 생산국인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신기술 개발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 발 앞선 전망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연구개발에 힘써온 화학연의 노력이 다시 한 번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인 한국산 이차전지 탄생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