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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2050 탄소중립의 길잡이, 화학연의 ‘CCU’ 기술

작성자  조회수3,510 등록일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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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 2

 

2050 탄소중립의 길잡이
화학연의 ‘CCU’ 기술

 

 

화학연은 올해 원장 직속의 특별기구인 ‘국가전략기술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2대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조직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한 조처입니다. 여기에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의무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아주 중요한 탄소중립기술도 포함됐습니다. 바로 CCU(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입니다.

 

더 빨라진 탄소중립 시계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대기 중 온실가스는 제거해 결과적으로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바람대로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2100년까지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2050년경에는 전 지구적으로 탄소중립(Net-zero)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대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감축은 기후변화 저지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지만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세계 경제 전반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가 2050 탄소중립을 거부하고 다른 나라들보다 10년 늦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올해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인구수에 도달한 인도는 이보다 더 늦은 2070년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있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의 중간 기착지인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추진 중입니다. 2030년까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산업, 농업, 산림, 쓰레기까지 국가 사회 전반에 걸쳐 연평균 4~5%의 매우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 부문에서 45.9%, 건물에서 32.8%, 수송 부문 37.8%, 특성상 온실가스 저감이 쉽지 않은 산업 부문에서도 14.5%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지요.

 

 

원장 직속의 태스크포스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주로 화석연료의 연소와 추출, 처리가 빈번한 철강, 석유화학, 정유 산업 등이 주요 배출원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중추가 되는 분야인 만큼 대대적인 기술혁신이 필요하지요.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경우 2020년대에 들어서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의 대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 대책 찾기에 골몰해 왔는데요. 현존하는 방법들로는 한계가 있어 보다 효과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이 탄생하지 않을 경우 자칫 멀쩡한 공장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철강 산업은 석탄발전(28%) 다음으로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14%)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은 산소와 결합한 산화철의 형태로 광산에서 채굴됩니다. 이를 순수한 철로 환원하기 위해서는 산화철에서 산소를 떼 내야 하는데요. 여기에 석탄을 가공해서 만드는 순수한 탄소 덩어리 코크스를 이용합니다. 산화철의 산소가 코크스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되도록 하고 순수한 철만 남기는 것이지요. 또한 철광석이 녹을 정도의 고온으로 가열하는데 이때 주로 쓰는 연료가 석탄입니다. 이런 일련의 제철 과정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저감이 철강업계의 큰 숙제입니다.

석유화학과 정유 업계의 고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업계 전반의 기초 화학원료와 수송에너지를 제공하는 석유화학·정유 부문은 특성상 고온·고압의 에너지 집약산업입니다. 따라서 제품 생산과 가공, 부산물 소각 등의 단계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지요.

이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연구의 여명기인 199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분리·회수와 유용한 물질로의 전환을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온 화학연의 새로운 역할론이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신설 국가전략기술추진단 내의 탄소중립전략센터를 통해 연구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CCU 기술 개발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석이조 자원순환 기술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n)는 주요 탄소 배출 원인 화석연료 부생가스로부터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동시에 이를 다시 청정연료와 산업용 원료로 재활용하는 일석이조의 복합적인 자원순환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양립하기 힘든 이산화탄소 감축과 지속가능한 산업 성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자원순환의 잠재력 또한 높다는 점에 주목해온 화학연은 그간 발전소와 산업단지 등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저장해 휘발유, 나프타, 메탄올, 에틸렌, 올레핀, 프로필렌 카보나이트, 유기산 등의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혁신기술들을 탄생시켜 왔는데요. 탄소중립의 시계가 빨라지며 화학연 원천기술들의 신속한 상용화 역시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연은 현재 전라남도, 여수시와 함께 화학 분야 국내 유일의 R&D 실증 전문기관인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는 화학연 등이 국가 R&D로 개발한 원천 기술들의 실증연구를 통해 탄소중립 화학기술의 빠른 상용화를 지원하게 될 국가 차원의 실증복합시설입니다. 총 563억 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올해 말 촉매제조 실증시설의 완공에 이어 내년 말까지 CCU 실증시설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증센터가 여수에 설치되는 것은 이곳이 한반도 최대의 중공업지대인 울산·포항과 더불어 석유화학, 정유, 철강 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거점이기 때문입니다. 여수는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최대의 산업단지인 만큼 이번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 설치를 통해 동북아 최대의 탄소중립기술 상용화 지원 허브가 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에서 상용제품으로

 

이와 함께 화학연은 이미 기술이전을 넘어 실증 단계에 이른 CCU 원천기술들의 상용화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울산에서는 화학연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랜트’의 완공식이 열렸습니다. 이 성과는 특히 화학연이 국내 CCU 전문기업(부흥산업사)와 오랜 공동연구 끝에 소재부터 공정까지 순수 국내기술로 CCU 기술을 완성시킨 것이라 더 의미가 큰데요.

 

울산 부흥산업사 공장 내 구축된 건식개질 플랜트

울산 부흥산업사 공장 내 구축된 건식개질 플랜트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이뤄진 합성가스는 암모니아, 알코올,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 연료 및 원료의 필수적인 핵심 물질입니다. 따라서 건식개질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석유화학 원료인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기술은 지난 100여 년간 석유화학 산업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응중 복잡한 부반응으로 촉매가 활성화되지 못해 상용화가 어려웠던 것을 화학연 연구진이 실증에 성공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보이는 합성가스 제조 기술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랜트를 통해 막바지 최적화 연구가 한창인 이 CCU 기술의 핵심은 약 1만 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안정한 촉매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보이는 합성가스 제조 기술의 상용화가 가능해진 것인데요.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4년부터 초산, 메탄올, 디메틸카보네이트 등의 CCU 제품 생산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CO2 배출 쌍두마차의 융합

 

 

화학연은 앞서 2022년 출범한 LCP 융합연구단(Center for Low-carbon Chemical Process, 저탄소화학공정융합연구단)을 통해 산업분야 온실가스 배출 1, 2위를 다투는 철강산업과 정유·석유화학산업의 탄소저감형 통합공정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LCP 융합연구단은 국내 여러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확보한 원천기술을 모아 기업과 함께 실증하고 상용화까지 연계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게 목표인데요.

LCP 융합연구단이 제시하고 있는 선도적인 탄소저감형 통합공정 기술의 하나는 화학연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나프타 촉매 분해 공정 기술’입니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중추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원료물질입니다.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다양한 기초유분이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염료, 의약품 등 광범위한 산업 제품들이 생산됩니다.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산업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만큼 나프타의 생산량과 사용량이 많고 수출 비중도 높습니다. 문제는 나프타 분해 공정에 약 850℃ 이상의 고온이 필요해 많은 에너지 소비와 함께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인데요. 화학연 연구진들이 2002년부터 개발해온 세계 최초의 촉매 이용 나프타 분해 공정 기술은 기존 열분해 공정보다 150℃ 이상 낮은 온도에서 나프타를 분해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10% 이상 저감할 수 있습니다. 이 혁신 기술은 그간 계속되는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 촉매 제조법 확보 및 데모 플랜트 평가에 이어 2010년대 화학연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으로도 이어졌는데요.

현재 LCP 융합연구단은 제철소 부생가스 기반의 메탄올 제조기술, 천연가스로부터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기술, 저활용 유분으로부터 올레핀을 제조하는 기술 등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의 융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개발과 융합을 통해 연간 50만 톤의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탄소저감형 통합공정 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향해 연구개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또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산업 생태계에 아직 이렇다 할 촉매 생산기업이 없음을 감안해 소재 국산화를 위한 촉매 생산기업의 설립에도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차세대 CCU 혁신 기술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신도시 프로젝트 ‘더 라인’ 상상도. (사진: 네옴시티 홈페이지)

 

또한 화학연에서는 도심의 잉여 에너지와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CCU 기술에 적용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연구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술 개발은 매우 미흡한 실정인데요. 이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CCU 연구가 산업계 적용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와 같은 초대형 스마트시티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도시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처리 및 자원화 기술 개발은 국가경쟁력 확보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에 화학연은 도심의 버려지는 에너지원인 폐열, 광에너지를 전기화학 시스템에 적용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의 연료 물질로 자원화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으로 포집하는 기술, 포집된 CO2를 즉시 연료로 사용 가능한 에탄올, 프로판올 등의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CCU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 활용 에너지의 부하를 줄이고 동시에 도심 인프라 적용이 가능한 탄소 네거티브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국가 탄소중립 정책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지렛대로 작용 중인 화학연의 CCU 연구개발은 가깝게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중국·EU 등의 탄소세 도입, 조금 더 시간이 남았다 해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줄여야 하는 국내 산업계 전체에 온실가스 저감과 유용한 자원 생산의 일석이조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책 지원부터 R&D까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는 화학연의 광폭행보가 갈 길 바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의 여정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