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SpeciaI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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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뉴딜 소재
'디지털 & 그린'
어느 날 갑자기 급조된 정책은 아닙니다. ‘한국판 뉴딜’은 이번 정부 초기부터 준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17년 분야별 민간 전문가와 관계부처 정부위원들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그간 장기적 저성장과 소득불평등 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꾸준히 모색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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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포용 쌍끌이 전략
1929년 발발한 경제대공황은 당시까지 모든 국가가 신봉하던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송두리째 뒤 흔들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마저 몰락할 만큼 큰 충격이었지요. 누구도 이 초유의 사태를 설명하지 못하는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경제학자가 영국의 케인스입니다. 그는 수요와 공급이 자유시장경제 이론처럼 언제나 일치되지는 않으며, 이런 불균형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해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유효수요 이론’입니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케인스의 이론대로 뉴딜 정책을 실시하였고 미국은 성공적으로 대공황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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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케인스의 처방은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입니다. 공공 분야의 노력만으로 구조적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의 활발한 기업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케인스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슘페터는 ‘공급 혁신론’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모델입니다. 스마트폰과 같이 세계의 산업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유효수요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인 것이지요. 정부는 이런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파괴를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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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은 케인스와 슘페터를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혁신성장’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로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특히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 구축과 더불어 심화되고 있는 소득격차와 양극화에 맞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주력하는 쌍끌이 전략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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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이 약속하는 미래
이 같은 정부의 의지는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선도형 경제 ▲저탄소 경제 ▲포용사회의 3가지 비전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바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인데요. 이 가운데 현 시대의 메가트렌드이기도 한 ‘디지털’과 ‘그린’은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미래 변화상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핵심 키워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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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딜’은 세계 최고 수준인 전자정부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 분야에서 쉽게 넘보기 힘든 초격차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코로나 위기 속의 국제사회에서는 일상과 방역이 공존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쇼핑, 배달, 모임부터 교육과 회사업무까지 전 분야에서 비대면 디지털화가 가속되며 화상회의와 온라인쇼핑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주가가 치솟고 있지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코로나19로 2년간 일어날 디지털 변화를 2개월만에 경험하고 있다”며 놀라워 했는데요. 이런 경향은 더욱 굳어져 향후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디지털 경제의 기반인 데이터 댐 같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함께 데이터 경제를 촉진하는 신산업을 육성해 한국 경제 전반의 디지털 역동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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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환경 문제를 거꾸로 국민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느라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국제사회의 탄소제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약 130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 예측합니다. OECD와 IMF가 한 목소리로 친환경에 대한 투자가 결국 코로나 충격을 회복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사람과 환경, 경제성장이 조화를 이루며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까지 다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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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약 115조 원의 예산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과감한 재정지출로 새로운 시장과 민간수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려는 것이지요. 영어권에서는 ‘거래’를 뜻하는 딜(deal)을 ‘약속’의 의미로도 자주 사용하는데요. 한국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약속(約束, New Deal)이 우리 공동체를 더 단단히 맺고 묶는 희망의 매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