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나르샤 III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화학연이 개발·기술이전한
국내 백신 임상시험 돌입
서기 2020년은 훗날 세계사 전체에서도 보기 드문 격동의 한 해로 기록될 듯합니다.
새해 벽두 풍문처럼 들려 오던 원인불명의 바이러스 소식이 삽시간에 전 세계를 혼란에 휩싸이게 하더니,
채 1년도 안 돼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며 빛의 속도로 팬데믹 탈출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정신없이 공포와 희망 사이를 오간 한 해였지요.
최근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의 우려 속에서도 좀처럼 희망의 기운이 꺾이지 않고 있는 건
이제 인류에게 백신이란 믿는 구석이 생겼기 때입니다.
백신이란 희망
백신은 반복되는 감염병의 재유행 속에서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희망의 무기입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처럼 토착화되는 엔데믹 상황이 되면 현재보다 더욱 다양한 ‘백신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상당수의 백신들이 전 세계로 공급망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서도 세계 각지에서 100여 종의 새로운 백신 개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7개 기업에서 총 10종 신규 백신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 진행중입니다. 이 중 1종이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최초로 화학연이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로 국산 백신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전문의약품 제조기업인 inno.N에 기술이전된 화학연의 신규 백신 후보물질(IN-B009) 임상 1상 시험에 착수했는데요. 임상 1상에서는 건강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신약 개발에 통상 10년정도가 소요되는 것처럼 백신 역시 후보물질의 개발과 동물실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3상까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made by 화학연
이번 신규 백신 후보물질 개발과 기술이전의 주역인 화학연 CEVI 융합연구단(Convergent Researching of Emerging Virus Infection)은 융합연구를 통해서 종합적인 바이러스 대응 연구를 하는 조직입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국내에서도 고위험 불특정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위탁연구기관들이 힘을 합쳐 예방 백신과 조기진단 기술, 치료제와 감염 확산 방지체계 등 종합적인 바이러스 대응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인데요. 주관 연구기관인 화학연은 이미 1980년대 말부터 연구진을 선진국의 연구실로 파견해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개념과 약효 검색, 평가 등의 방법을 습득하도록 하는 등 30년 이상 바이러스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역시 연구단 설립 이후 지난 4년 간 쌓아온 연구역량과 인프라의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향후 갑작스런 발생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구팀 역시 그간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고효능 백신 개발 신규 플랫폼 기술’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우수한 효능을 가진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요.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가까스로 팬데믹의 출구를 찾은 지구촌을 다시 시계제로의 짙은 안개 속으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처럼 인류는 과학기술의 힘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게 될 텐데요. CEVI 융합연구단 역시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은 물론 백신 국산화에 필수적인 감염동물모델 및 중화항체능 평가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