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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지구운명에 관한 보고서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3,132 등록일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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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나르샤 I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지구운명에 관한 보고서

 

 

아직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들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일일 강수량 381.5mm의 기록적인 폭우와 초대형 태풍,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진 허망한 참극들, 섭씨 45도의 폭염 속 달리는 열차에 산불이 옮겨 붙던 유럽, 국토 삼분의 일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대홍수가 이제 전혀 새롭지 않고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 세계 234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IPCC 제6차 보고서가 전하는 미래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조차 지구온도 1.5℃ 상승을 피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2040년, 18년 후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명백해진 인류의 책임 지구온난화

 

 

‘블랙스완’(Black swan)은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예기치 못한 위기로 번지는 경제위기를 말합니다. 당연히 흰색으로 믿어 온 백조들 사이에서 갑자기 검은 백조가 발견되는 것처럼 큰 충격을 던지는 것이지요. 최근 세계 금융가에는 ‘그린스완(Green Swan)’이란 또 다른 새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충격파가 식량난, 에너지 위기 등과 맞물려 한 번도 경험 못한 초대형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더욱 강경해진 기후위기 발언

 

이 같은 우려는 그간 기후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유럽과 북미 대륙의 선진국들마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상 최악의 가뭄과 홍수, 폭염과 산불에 휩쓸리며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슷한 시기 115년만의 집중호우, 이례적으로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 힌남노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럽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던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회담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인류는 공동대응 또는 집단자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인류가 지구 환경에 미친 악영향이 너무 깊은 상태에서 자국의 경제적 유불리에 따라 기후정책을 논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시킨 것이지요.


강경하다 못해 극단적이기까지 한 그의 발언은 내년 3월 최종 발간을 앞둔 ‘IPCC 종합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입니다. 그간 IPCC는 전문성, 선진국과 개도국 간 균형, 지리적 다양성, 성별, 심지어 ‘기후변화 음모론’에 대한 주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함께 보고서를 작성하며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IPCC의 신뢰할 만한 종합분석은 엇갈리는 이해관계와 대립 속에서도 결국 국제사회가 유엔기후변화협약(1992)→교토의정서(1997)→파리협약(2015)까지 한층 더 강력한 공동대응을 결의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렛대가 되었지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IPCC는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충격과 논란의 보고서

 

 


하지만 작년과 올해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된 제6차 IPCC 보고서는 최종 승인에 필요한 195개 참가국 간의 합의가 더욱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논란이 큰 내용들이 담겼던 것이지요. 전 세계 234명의 과학자들이 14,000개의 개별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집대성한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다룬 제2실무그룹 보고서,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방안을 열거하고 있는 제3실무그룹 보고서까지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첫 장의 머리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영향이 대기, 바다, 육지의 온도를 높인 것이 명백하다”(It is unequivocal that human influence has warmed the atmosphere, ocean and land)라는 확정적인 성명으로 시작된 것이지요. 또한 이미 자연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가 발생했으며, 최근의 변화 규모와 상태는 지금껏 인류사에서 전례가 없던 것임을 수많은 증거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가 상승한 상태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백만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2014년 5차 보고서 발간 이후 8년 만에 지표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했으며, 지난 5년(2016~2020) 동안의 기온은 1850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해수면 상승과 얼음 유실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 그린란드의 평균 빙상 유실 속도가 전 기간(1992-1999) 대비 약 6배 상승했으며, 해수면 상승 속도는 3배(1901-1971년 대비) 가까이 빨라졌다. 또한 전 지구의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5℃도 부족하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IPCC 6차 보고서는 “이 상태로는 21세기 안에 지구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가 어려울 것”이며 “지금대로라면(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더 높아지지 않는 경우)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현재 국제사회가 지구온도 상승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1.5℃는 인류와 생태계 보전을 확보할 수 있는 하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가 더 충격적인 점은 3년 전에 발표한 ‘1.5℃ 특별 보고서’보다 지구가 더 빨리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특별 보고서는 1.5℃ 기온 상승 도달 시점을 2052년 무렵으로 예측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보다 10년 이상 빠른 204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IPCC는 1.5℃ 상승 시에도 전례 없는 기상이변의 증가는 피할 수가 없다고 전합니다. 여기에서 0.5℃가 추가 상승할 때마다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2℃가 높아지면 최소 두 배, 3℃ 이상에서는 네 배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지요.


또한 가뭄과 폭우가 빈발하며 전 세계 절반 이상인 4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60%의 생물종은 멸종할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이 당초 목표보다 빠르게 이뤄져도 이미 진행 중인 빙하 유실과 해양 온난화, 해수면 상승, 심해 산성화에 따라 2050년이 되기 전 북극의 빙하가 연중 한 번 이상은 거의 녹아 없어지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9월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같은 IPCC 보고서의 시나리오를 적용한 해양기후모델을 통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이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보다 2.5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동해의 수온은 지구 전체 해역 중 평년 대비 수온이 가장 높은 해역의 하나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우리에게 남은 희망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암울한 전망이지만 여전히 희망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는 제3실무그룹의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먼저 현재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급격한 감축으로 1.5℃의 기존 목표를 달성하고 이어 온실가스 순흡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의 감소, 저탄소 에너지 자원의 확대, 에너지 효율성 증대 및 보존 필요성이 제시됐습니다. 산업 분야에서는 생산과 수요 관리, 효율 개선, 자원 순환 등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냉난방 절약과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활용,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육식 등의 절제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습니다. 아울러 저탄소 전력,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CCU) 등의 연구개발 투자가 지금보다 3~6배 늘어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내년 3월 열리는 IPCC 총회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3개 실무그룹 보고서의 과학적 완성도를 더욱 높인 IPCC 6차 종합보고서가 승인될 예정입니다. 이 종합보고서는 2023년 첫 시행되는 ‘파리협정 이행점검’ 등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논의와 세부 정책 마련의 주요 자료로 활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