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SpeciaI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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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1년…
절차탁마 한국 Vs 자승자박 일본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1년을 맞았습니다. 사태 초기 많은 이들은 한국이 급소를 찔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요 수출규제 품목들이 한국의 주력산업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해 뒤인 현재 국내외의 평가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발 빠르게 공급선을 다변화한 한국이 내친 김에 소재·부품·장비 전반의 자립화를 향해 내딛는 사이,
수출 감소와 불매 운동의 역풍을 맞은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요?
한·일 간의 반전 드라마
앞서 2년 전인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반발해 연일 보복조치를 언급하였고 3개월 뒤인 2019년 7월 기어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대 핵심소재인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발표하지요. 이후 일본의 조치는 빠르게 구체화됐습니다. 한 달 뒤 일본 각료회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공식적으로 의결되었고 닷새 뒤에는 본격적인 시행령이 공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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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도발에 빠른 역습을 전개했습니다. 직접적인 과녁이 된 반도체 업계는 미국·중국·유럽 등지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그간 수율 문제로 외면했던 국내 중소기업과도 전 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핵심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섭니다. 그 결과, 1년이 흐른 지금 일본 수출규제 사태는 마치 바다에 생명력을 더하는 태풍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국내 산업과 연구개발 생태계를 건강한 체질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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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일본 내에서도 징용 문제의 맞대응으로 수출 규제를 선택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독점하다시피해온 소재는 물론 관광과 패션, 자동차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큰 고객을 잃게 되었다며 자국 정부를 향해 연일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씁쓸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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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위기를 넘어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눈앞에 닥친 위기는 극복했지만 경쟁국을 따돌리기 위한 소재와 자원의 무기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핵심소재 하나가 R&D로부터 사업화에 이르는 데는 평균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해집니다. 상당히 긴 호흡의 연구와 경험,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또한 소재 개발과 양산은 대부분 거대 설비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자립화를 논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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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공업개발기구(UNIDO)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제조업 지수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7년째 5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부동의 1위와 2위는 다름 아닌 전통적인 소재·부품·장비 강국 독일과 일본입니다. G2국가이자 제조업 대국인 중국과 미국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도 결코 낮은 순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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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정체는 곧 추락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고 정상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지점에서 더 실력을 갈고 닦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노력이 필요한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수출규제 사태가 촉발한 한-일간 진검대결의 진짜 승부처는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국책 및 민간연구기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관계부처 등 산학연관이 대동단결해 한 달 간의 치열한 난상토론 끝에 수립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의 성공 여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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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령 발표에 앞서 작년 8월 5일 전격 발표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은 조기 확보가 시급한 수출규제 품목의 안정적인 공급뿐만 아니라, 대일 무역전쟁을 계기로 위험성을 고스란히 노출한 대외의존형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간 범용제품 위주의 외형적 성장에 가려졌던 낮은 기술자립도와 만성적인 대일적자 등을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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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회와 긴밀한 협조 아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법·제도적으로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조치법’(소부장특별법)을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2001년 제정돼 2021년 일몰 예정이던 관련 한시법을 전면적으로 확대 개편하며 상시법으로 전환한 것인데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부터 신뢰성·성능평가, 수요창출에 이르기까지 소재·부품·장비산업에 관한 전주기적 지원 내용과 함께 화학연 등 5개 분야 대표 연구기관과 27개 공공연구소로 구성되는 융합혁신지원단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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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냉랭해진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안 해결을 위한 일본 측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한으로 못 박은 5월말까지 일본의 답신은 없었습니다. 특히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라 압류해둔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 시기가 8월로 다가오며 일본의 또 다른 추가 보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뤄뒀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는 한편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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