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rict Issue

한국산 태양광의 새 심장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작성자  조회수4,614 등록일2024-06-26
포커스01.jpg [106.9 KB]

 KRICT 포커스

 

한국산 태양광의 새 심장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국산 초저가 공세에 지구촌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생활소비재부터 전기차,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까지

세계의 제조업 전반이 중국의 저가 제품들에 잠식되고 있지요.

헐값의 수입품이 야기하는 경제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도 점점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관세폭탄으로, EU는 반덤핑 조사로 사실상 봉쇄령에 착수한

중국산 태양광 제품 역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Chapter 01

중국의 저가공세와 위기의 태양광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제품은 전 세계 수요 전망치의 세 배가 넘는 과잉생산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이 9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여타 국가의 태양광 기업들은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태양광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과잉생산이 상당 기간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와 높은 청년 실업률로 얼어붙은 내수경제를 밀어내기 식 수출 드라이브로 돌파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독과점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제사회의 또 다른 딜레마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수입·설치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이 대부분 석탄 연료를 이용해 생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소재인 실리콘의 경우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천 도의 고온 제조공정이 필요한데 중국 업체들이 값싼 석탄 에너지를 사용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제패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국가의 태양광 기업들이 지출하는 전력요금은 중국의 4배가 넘기 때문에 도저히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 내 태양광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잇달아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는 미국입니다. 지난 5월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에 의거해 대통령 권한으로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2배로 올린 것입니다. 더불어 동남아 생산기지를 통한 우회 수출까지 꽁꽁 틀어막았습니다. EU와 캐나다 등 주요국도 중국 정부의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요.

 

 


Chapter 02

차세대 태양전지의 대두

 

 

하지만 이런 규제 조치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합니다. 관세인상으로 태양광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값싼 중국산 덕분에 지금처럼 태양광 발전의 광범위한 보급이 가능해졌다는 엄연한 현실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탄소중립 의무 이행을 위한 각국 정부의 태양광 발전 정책과 민간의 RE100(재생가능 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 활동) 참여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합니다. 당장 자국 내 태양광 산업 보호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복잡하게 얽힌 산업구조상 에너지 비용의 상승은 주력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도 이어지는 만큼 어느 나라도 쉽게 유불리를 따지기 힘든 상황이지요.

화학연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정구조에 따른 다양한 물성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과학계의 흥미로운 연구주제였던 페로브스카이트는 2009년 고유의 반도체 특성이 알려지며 차세대 태양광 소재로 큰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제조 단계에서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이 많은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원료를 플라스틱 기판 위에 잉크처럼 바르는 저온 용액공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유연하고 무게도 가벼운 필름 형태의 얇은 전지로 만들어 빌딩의 벽면, 기둥, 자동차 지붕 같은 곡면에도 설치가 가능하지요. 특히 최근에는 이런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 태양전지의 장점을 결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탠덤(다중접합) 태양전지 연구개발도 활발한데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활용

 


Chapter 03

태양광 발전의 정상화를 향해

 

화학연은 현재 전 세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2013년 이후 광전변환효율 세계 기록을 8번이나 갈아치우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있지요. 화학연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우수한 성능의 원천소재뿐만 아니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필수적인 대면적화와 대량생산, 적층물질 안정화 등의 양산기술 개발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학연은 그간 실험실 수준인 0.1cm2 크기 단위소자뿐만 아니라 실제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슷하거나 더 큰 대면적 셀에서도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해 왔습니다. 실험실 수준에서 세계 최고 효율 기록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박막제조용액공정법을 기판 위에 잉크처럼 바를 수 있는 공정 기술로 확장한 바 있지요. 또한 여러 가지 물질을 적층하는 특성상 기판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균일한 도포가 어려운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안정화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차근차근 높여 왔습니다.

원천소재와 양산기술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힘써온 화학연 연구진은 지난 5월, 200cm2 대면적 셀 효율의 세계 최고기록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에 중국이 보유하고 있던 19.2%를 뛰어넘는 20.6%의 국제공인 인증효율을 기록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세계 최고 효율의 단일접합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제작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실리콘 태양전지의 저가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해온 우리나라가 세계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탠덤 태양전지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란 점에서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핵심 기술을 개발한

한국화학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센터 연구팀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초격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과 새로운 응용 분야 개척에 힘쓰고 있는 화학연의 노력이 국내 태양광 산업계는 물론 시장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위협받고 있는 전 세계 태양광 발전의 정상화에도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