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초저가 공습
유해물질은 괜찮을까?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 테무, 쉬인 등의
중국산 초저가 이커머스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수입 제품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며 안전성 논란도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요.
자칫 초저가에만 집중하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나
품질도 지키지 않은 물건들로 생각지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지요.
Chapter 01
거름망 비켜가는 해외직구
해외직구 제품의 안전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이 사용할 목적의 직구품은 안전검사 의무가 면제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준치의 최대 700배에 이르는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로 범벅이 된 제품들도 걸러지지 않은 채 밀려들고 있는데요. 정식 수입제품의 경우는 물품 세부사항에 대한 수입신고, 각종 증명서와 인증서 제출, 안전성과 적법성을 확인하는 물품 검사, 추가적인 서류 제출과 검역에 이르는 까다로운 수입통관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와 함께 주무부처의 사후검사와 단속까지 삼중, 사중의 안전망이 있어 안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수는 약 1억 종이 넘습니다. 이들의 기본단위인 원자와 분자가 어떤 물성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새로운 소재와 화학물질 연구의 중요한 기초정보가 되지요. 또한 화학 분석은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실증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R&D 사이클 전반에서 경로 재점검의 방향타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각 단계마다 정확한 분석과 해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온 연구개발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중요성에 따라 화학연은 1978년 출범과 동시에 ‘화학분석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해 맞춤형 화학분석 솔루션을 제공해 왔는데요.
UN 보고서에 따르면 약 4~6만 종 정도의 화학물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은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잘못 사용될 경우 인체에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사전예방 및 안전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화학제품은 대개 단일물질이 아닌 혼합물질인 까닭에 단일물질 상태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독성이 여러 물질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현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화학물질 규제 대상 역시 점차 단일물질에서 혼합물질로 옮겨가며 ‘생산자 책임’의 원칙 아래 기업이 스스로 먼저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Chapter 02
유해 화학물질 분석의 산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분석센터
화학연 역시 40여 년간 축적해온 화학물질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국민건강의 위해요소 예측 및 저감 기술 개발과 함께 연간 35,000건 이상의 맞춤형 화학분석 지원, 70종 이상의 분야별 첨단 연구장비에 대한 기기분석 이론·실무 교육으로도 촘촘한 국가 유해물질 안전망 국축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속가능하며 안전한 제품설계(Sustainable and Safe by Design)라는 개념이 화학물질 안전관리 분야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개발된 화학제품이나 물질의 안전성의 입증이 사후처리에 불과한 만큼, 개발 단계에서부터 위해성도 함께 검증하자는 개념입니다. 위해성 또는 위험성이라는 개념은 독성과 노출을 함께 고려해야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분석센터에서는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를 이용한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 인비트로(in vitro, 검체를 채취해 시험관 내에서 행하는 검사) 등의 대체시험법을 구축해서 다양한 건강영향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혼합물 내의 구성성분 간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것도 대체시험법으로 진행하고, 특히 혼합물의 조합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in silico 모델을 활용해 빠르게 스크리닝해 제품안전설계 플랫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화학제품의 성분이나 첨가제가 사람이나 생태계에 얼마나 미량으로 배출되는지에 대한 정량분석도 함께 진행해 위해성 평가에 활용합니다.
이와 함께 화학분석센터에서는 EU-REACH와 K-REACH(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 전 세계적인 화학물질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융합연구사업과 기반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는데요.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는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공중 보건을 강화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화학물질 규제 및 등록 시스템입니다. EU는 2007년,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지요. 유럽의 경우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서 유럽화학물질청(European Chemical Agency, ECHA)에 등록·평가가 의무화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간 1톤 이상의 등록 대상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경우 등록이 의무화 되었지요.
이에 따라 화학분석센터는 수출·생산·수입 시 등록이 요구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에 대해 확인·동질성 분석 및 물리화학적 특성시험 결과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기업의 화학물질 등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2020년에는 0차원 및 다차원 나노물질의 물질확인 프로파일도 개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나노물질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은 유해한 물질이 아니어도 나노물질로서 잠재적 위해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OECD의 나노물질 분석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확한 기준 설정과 함께 고해상도의 분석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또한 연간 수십 종 이상의 화학물질 종합분석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국내 화학산업계의 원활한 화학물질 등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 방위적인 국가 화학물질 분석 역량 강화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6년 국가연구장비 공동활용센터로 지정된 데 이어 2019년 다시 핵심연구지원센터(Core-Facility)에도 선정된 바 있는데요. 현대인들의 생활에 있어 처음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화학물질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용을 위해 오늘도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화학분석센터의 노력이 국경을 가리지 않는 전 세계적인 유해물질의 위협에서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더욱 든든히 지키는 방파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