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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Issue

세계 최고 연구소와 '맞손' 날개 단 화학연 바이러스 연구

작성자  조회수390 등록일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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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포커스
세계 최고 연구소와 '맞손'
날개 단 화학연 바이러스 연구

 

독일과 프랑스 사이 경상도 크기의 나라 벨기에는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진 국가는 아닙니다. 원조 붉은악마로 불리는 벨기에 국가대표팀, EU·WTO·NATO 같은 국제기구 본부가 130여 곳이나 모여 있는 수도 브뤼셀, 그리고 와플 정도를 빼면 특별히 더 떠오르는 게 없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사실 벨기에는 16세기부터 기초과학이 발전해 영국에 이어 유럽대륙에서는 첫 번째로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근대 이후 국가 차원의 지원이 집중된 의학과 화학 분야에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와 글로벌 기업을 배출해 온 과학기술 강국이지요. 

 

Chapter 01
화학연과 벨기에의 인연 

 

레가 의학연구소(Rega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

 

유럽 최대의 바이러스 연구소인 레가 의학연구소(Rega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는 벨기에의 높은 과학기술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소입니다. 1954년 피에 드 소메르 루뱅가톨릭대 교수의 주도로 설립된 레가 의학연구소는 벨기에가 세계 최초로 소아마비를 퇴치하는 데 크게 기여하며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15년부터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이제 전쟁이 아니라 감염병”이라 경고하며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빌 게이츠가 막대한 사재를 쏟아 부으며 감염병 연구를 지원해 온 연구소로도 유명한데요. 

 

레가 의학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주요 감염병 연구기관인 화학연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1980년대 감염병 문제에 주목하며 기초연구를 시작한 화학연이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을 해외로 파견해 관련 기술과 지식을 흡수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되었는데 그 대상이 세계적인 바이러스 연구소로 명망이 높던 레가 의학연구소였지요. 이곳에서 화학연 연구진은 감염병 연구의 기초인 치료제 개발 개념과 약효검색·평가 기술, 다양한 화합물 스크리닝 방법 등 선진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익히고 돌아왔는데요.

 

 

2014년 한국화학연구원이 정부출연연 최초로 바이러스 생물안전3등급(BL3) 연구시설 국가인증을 획득하였다.

 

이후 차근차근 연구범위를 넓혀간 화학연의 연구 역량은 2006년 세계적인 글로벌 제약사 길리아드와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을 공동개발하는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어 2014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최초로 인체감염 가능성이 높은 병원체를 다루는 실험으로부터 연구자와 주변 환경을 완벽히 보호하는 BL3 연구시설 인증을 받으며 저위험성 세균부터 고위험성 바이러스까지 100여 종 이상의 감염병들로 연구개발의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지요.


 

Chapter 02
모방연구에서 선도연구로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 연구소를 통한 기초역량 습득에 자체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더해지며 화학연은 국내의 신·변종 바이러스 대응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대한민국 감염병 방어의 핵심기관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중에는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한 데 이어 화학연 내 한국화합물은행이 보유한 약 20만 개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한 끝에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인보다 약효가 더 뛰어나고 메르스, 사스에도 효과가 있는 후보물질까지 도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와 함께 2019년에는 신종플루 치료제의 대명사인 타미플루의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이듬해인 2020년에는 라이노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며 그간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바이러스성 천식 등의 만성 호흡기 환자들의 일상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나아가 2021년에는 화학연이 바이러스 연구 초기 단계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에이즈 치료제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판매 허가를 받게 됩니다. 화학연의 사상 첫 신약 상품화 성공사례이자 아시아권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로 기록되는 쾌거였지요. 

 

2024 탑-티어 사업 유형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정부는 국내와 해외의 세계 최고 수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10년 간 국제 공동연구 협력을 지원하는 ‘Top-Tier 연구기관 간 협력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지원(이하 탑티어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간 공동연구와 인력교류 등 유형별로 분리되어 있던 국제공동연구 지원 체계를 과감히 탈피해 국내 연구기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과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요. 

 

 

Chapter 03
국제공동연구 선도 모델을 향해

 

지난 7월, 약 5개월 여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탑티어 사업의 4개 연구과제와 주관기관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빅뱅 이후 우주 원소의 기원과 기본 성질을 이해하기 위한 희귀동위원소 연구(기초과학연구원-일본 이화학연구소) ▲이산화탄소 포집·전환으로 생성한 합성 연료의 수소 저장 물질 활용 연구(서울대-미국 스탠퍼드대) ▲AI 적용 기술 개발 및 자율주행 실험실 구축(KAIST-미국 MIT) 등이 그것이지요.

 

 

이와 함께 화학연과 레가 의학연구연구소가 국내 공동연구기관(서울대학교·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협력해 향후 팬데믹의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SARS-CoV-2), 인플루엔자, 뎅기열, RSV, 니파, 라이노 등 6종의 바이러스에 대해 치료제와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감염병 대응 플랫폼 고도화와 치료제·백신 후보물질 개발 연구과제’가 새로 출범한 탑티어 사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레가 의학연구소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무인 자동화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 시스템(BSL-3 Caps-It)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학연(연구책임자 한수봉 박사·감염병치료기술연구센터장)의 파트너로 레가 의학연구소의 탑티어 연구과제를 책임지고 있는 요한 네이츠 교수는 바이러스학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로 다수의 항바이러스제 개발 및 임상시험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 화학연을 비롯한 국내 감염병 연구 기반의 고도화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 화학연이 보유한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와 치료제 및 백신 후보물질 발굴 노하우가 합쳐지면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40여 년에 가까운 오랜 인연 끝에 대등한 연구 파트너로 다시 손을 맞잡게 된 화학연과 레가 의학연구소의 탑티어 사업이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감염병 연구개발 허브로 견인하는 국제공동연구의 선도적인 협력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