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일비
감염병 방역의 신기원을 향해
한국화학연구원 X (주)유이케미칼
21세기 인류사의 대사건으로 기록될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높은 전파력의 변이 바이러스들로 사실상 대규모 감염 예방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세계 각국 시민들의 일상은 이제 일상 회복의 기운이 완연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와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 대응 전략과 노력들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주)유이케미칼도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중소기업들 중 한 곳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환적항 부산을 무대로 글로벌 강소기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의 자신만만함 뒤에는 화학연의 기술이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무독성 친환경 바이러스 세정제’가 있습니다.
연구자의 마음을 움직인 솔직함
김성철 (주)유이케미칼 대표는 국제 해운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선박용 탱크 세정제를 유통·판매하던 비즈니스맨입니다. 그는 오랜 기간 물류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상품개발을 모색했습니다. 화학제품 등을 운반하는 화물선은 하역작업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세척제로 화물창을 청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를 마친 후 이 세척제는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게 됩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오염방지협약에 따라 선박 청소에 사용되는 세척제를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계속되며 세척제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지켜본 김 대표는 더욱 뛰어난 바이러스 세정 기능의 세척제를 만들어 공급해보자는 꿈을 키우게 됩니다. 진입은 힘들지만 성공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역인으로 과학기술과는 인연이 없던 김 대표는 관련 특허와 논문을 뒤지던 중에 눈에 띄는 한국인 연구자 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계면활성 물질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화학연 박종목 박사였습니다. 2018년 무작정 박종목 박사를 찾아온 김 대표는 관련 기술의 이전을 요청했습니다. 많은 시간 상담을 통해 김 대표의 꿈과 의지를 파악한 박종목 박사는 고민했습니다. 원천기술이 있어도 상용화까지는 많은 투자와 후속 연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에게는 관련 경험은 물론 유무형의 기반도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과거 비슷했던 사례의 열정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알음알음 그를 찾아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와 막힘없는 솔직한 태도로 새로운 금속가공류 방청 첨가제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진호환 (주)대송정밀화학 대표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이 회사가 새로 개발하고자 했던 고성능 방청첨가제는 아주 적은 미량의 핵심물질이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분석과 실험 모두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두터운 신뢰감을 바탕으로 약 5년여에 걸쳐 연구개발에 몰두한 박종목 박사와 대송정밀화학은 결국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비수용성 고성능 방청제의 완전한 국산화에 성공하게 됐지요.
선박 세척제 넘어 신개념 세정제로
이번에도 기업가의 순수한 열의가 박종목 박사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회사의 기술력부터 현재 처해 있는 형편까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는 김성철 대표의 모습에 인간적인 신뢰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제품, 좋은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숨김없는 솔직함이 다시 한번 그에게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박종목 박사와 만난 후 한국에 신생기업 (주)유이케미칼을 설립한 김 대표는 새로 뽑은 연구원들과 함께 기술이전에 힘을 쏟게 됩니다. 김 대표가 필요로 하는 고성능 세정제는 오랜 시간 계면활성 물질들을 연구해온 박종목 박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박종목 박사의 도움으로 유이케미칼은 중성, 산성, 알칼리 등 화물 종류에 따른 4종류의 친환경 세척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3가지 세척제가 IMO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며 먼저 국내 유통 단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됐지요.
이 과정에서 한층 혁신적인 사업화 아이템도 발굴했습니다. 세포독성, 부식성, 악취를 획기적으로 줄여 선박의 화물창뿐만 아니라 밀폐된 공간 어디에서도 안전하게 살포할 수 있는 무독성 친환경 바이러스 사멸 세정제를 개발한 것입니다. 코로나19는 물론 전 세계 축산업과 식량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가축 전염병까지 외피가 인지질로 이뤄진 바이러스 대부분에서 효과가 확인돼 향후 감염병 예방과 방역의 신기원을 이룰 만한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박종목 박사와 호흡을 맞춰온 (주)유이케미칼 연구원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하나둘씩 퇴사하게 된 것입니다. 그간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든 기업을 살리고자 했던 박종목 박사는 화학연의 디딤돌플러스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후보물질 발굴과 분석, 장비 이용, 연구원 재교육 등의 지원 사업을 활용해 자칫 중단될 뻔한 연구개발의 물꼬를 다시 튼 것입니다.
“30초 만에 사멸” 무독성 친환경 바이러스 세정제
박종목 박사는 새로 입사한 (주)유이케미칼의 신입 연구원들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제품 완성에 힘을 쏟았고 결국 산업용 세척제 사업화와 방역제 관련기술들의 개발을 완수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유이케미컬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화학연의 디딤돌플러스 사업을 연결고리로 산업부 공공혁신수요기반 신기술사업화 과제까지 수행하게 된 (주)유이케미칼은 현재 충북대·부산대병원과 함께 새로 개발한 비이온계 방역제의 검증과 인허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실험동물의 신장 상피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 사멸 효과와 세포독성을 테스트한 결과, 세포 독성이 발현될 수 있는 농도의 1/50 농도인 0.001%만으로도 99.99%의 코로나바이러스를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사멸시키는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따라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반복되는 감염병 바이러스 전염 차단에 효과적인 새로운 무독성 친환경 세정제 탄생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지요.
김성철 (주)유이케미칼 대표는 “화학연과 박종목 박사님의 도움으로 선박용 세정제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동물방역 분야에서도 기업의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세정 및 방역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요. 잔뜩 움츠렸다 점프하는 개구리처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향해 다시 한번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 그리고 그들의 오랜 지원군이자 든든한 동반자인 화학연의 발걸음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