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일비
* 일비는 ‘가까이에서 도움이 되는 존재’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요소수 부산물을
최소화시켜라
좌부터 화학연 박수열 박사, 이주은 인턴연구원, (주)유로케미칼 이광춘 대표
디젤엔진 자동차에 장착되는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은 요소수를 이용해 배기가스의 대기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장치입니다. 뜨거운 배기가스에 요소수가 분사되며 질소산화물(NOx)을 환경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바꾸는 것이지요.
“규제 강해질수록 부산물 많아져”
(주)유로케미칼은 국내 운수회사와 주유소에 차량용 요소수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는 요소수 전문기업입니다. 지난 2008년 유럽 배출가스 기준의 유로4 등급부터 현재 대부분의 경유차에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유로6 등급까지, 점점 더 높아지는 국제품질규격에 맞춰 더욱 정밀한 요소수 생산에 힘써왔습니다. 현재 (주)유로케미칼의 요소수 제품은 모두 국제표준기구(ISO)의 ‘경유 배기가스 유체’(DEF)에 적용되는 표준 규격(ISO 22241)에 따라 제조되고 있는데요.
요소수는 요소와 정제수를 혼합해서 만드는 액상 화학물질입니다. 차량용 요소수의 제조 기준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모두 18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중 요소 함량은 31.8~33.2%, 포름알데하이드 함량은 ㎏당 5㎎ 이하를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철과 구리, 크롬, 니켈 등도 기준치 이하여야 차량용으로 제조·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광춘 대표는 어느 때부터인가 SCR 장치를 장착한 디젤 차량들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됩니다. 온도가 떨어지는 계절 또는 시내버스처럼 저속주행이 잦은 환경에서 운행제한 모드가 작동되거나 고장이 더 빈번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생긴 차량들의 배기관과 SCR 장치들을 분해해 보니 요소수의 부산물이 쌓이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그간 국내 경유차에 적용되는 SCR 장치의 배출가스 규제기준은 유로4, 유로5, 유로6로 계속해서 격상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요소수의 분사량이 늘어나면서 부산물들의 양도 함께 많아지며 문제 발생 빈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지요.”
유로6에서 유로7으로
좌부터 (주)유로케미칼 이광춘 대표, 화학연 박수열 박사
그간 (주)유로케미칼은 오랜 요소수 생산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 개선에 주력해왔습니다. 특히 빠르면 202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유로7 등급에 맞춰 더욱 높은 성능의 기능성 요소수 제품 개발을 추진해 왔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먼저 SCR 촉매의 질소산화물 저감효율을 떨어뜨리는 부산물의 발생 원인과 최소화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R&D에만 자원을 집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여건상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요. 특히 요소수의 조성물 배합 조건에 따른 물성분석과 평가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광춘 대표는 화학연 ‘KRICT 디딤돌 플러스’ 사업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KRICT 디딤돌 플러스는 화학연의 연구 인프라와 축적된 연구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기업의 기술혁신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입니다.
(주)유로케미칼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는 C1가스·탄소융합연구센터의 박수열 책임연구원. 지난해 봄부터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파악한 그는 요소를 더욱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첨가제의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기존 요소수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물질의 개발을 활발히 진행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기능성 제품들에 특정 계면활성제가 첨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는데요.
해외 제품 뛰어넘는 기능성
박수열 박사는 “비교의 대상이 된 미국산 제품은 국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요소 부산물의 발생 빈도와 적층 수준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왔다”며 “분석 결과 같은 요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데도 첨가제의 유무에 따라 기능에 차이가 나는 것이 확인된 만큼 해외 유명제품 이상의 기능성 첨가물질을 찾기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주)유로케미칼에 더욱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박수열 박사의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자체 R&D 인력의 역량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박수열 박사의 연구실에는 (주)유로케미칼의 젊은 연구개발 인력이 파견돼 요소수 제품의 평가와 분석 기술 등을 습득하고 있는데요. 화학연이 보유하고 있는 선진적인 연구개발 노하우와 다양한 분석장비들을 통해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요소수 제품 개발의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유로케미칼은 지난해 요소수 대란으로 원료 수급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도내 운수업체와 특별운송차량의 등의 운행을 위해 요소수 우선공급에 힘쓴 공로로 ‘자랑스러운 충북도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이광춘 대표는 “향후 화학연과의 더욱 긴밀한 공동연구를 통해 유로7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신규 질소산화물 정화 소재 제조 공정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전략물자화된 요소수의 안정적 보급과 함께 연간 9%씩 성장 중인 글로벌 요소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