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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전기 보호구 넘어 미래 운송수단 절연재까지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2,631 등록일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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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일비

* 일비는 ‘가까이에서 도움이 되는 존재’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고압전기 보호구 넘어

미래 운송수단 절연재까지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력 시설 유지와 보수에는 늘 감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작업자와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절연 보호구가 필수적이지요. 그간 절연보호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온 국내 절연 보호구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소재 전문기업 동원엔텍이 화학연과 손잡고 22.9kV급 고성능 절연소재와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좌) 한국화학연구원 김진철 박사 / (우) (주)동원엔텍 신승호 대표

 

수입 대체 절연소재를 찾아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동원엔텍은 해저케이블 보호관, 해양심층수 취수 파이프, 방사선 차폐복 등의 특수 소재와 관련 제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기업입니다. 폴리머 소재에 대한 오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폴리우레탄을 적용해 만든 심해저용 해저케이블 보호관은 해외 여러 나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동원엔텍이 만들고 있는 수출용 해저케이블 보호관은 특이하게도 수출되는 국가별로 색상과 디자인이 제각각입니다. 두바이는 인근 해역의 상어들이 케이블을 물어뜯는 경우가 잦아 상어가 싫어하는 붉은색 보호관이 수출된다고 하고, 종종 케이블 절취사고가 일어나는 일본으로는 해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보호관이 수출된다고 합니다.

 

 

 

 

 

동원엔텍은 산업과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저·고선량 방사선 차폐복에서도 이름이 높습니다. 원전 사고 지역인 일본 후쿠시마에도 이 회사가 개발한 재난구조용 차폐복이 공급되고 있는데요. 동원엔텍이 특수 소재들로 이름이 얻게 된 것은 신승호 대표의 영향이 큽니다. 석유화학소재 개질을 이용한 방사선 차폐제 물성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관련 연구개발에 종사하다 2003년 동원엔텍을 설립했습니다.

 

 

 

신 대표가 52세의 나이에 뒤늦게 창업을 선택한 데는 그의 타고난 연구자적 성향이 작용했습니다. 그는 70세를 훌쩍 넘긴 지금도 하루 10시간 넘게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한 주 2편 이상씩 새로운 논문을 찾아 읽습니다. 고객사들이 까다로운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먼저 동원엔텍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납을 사용하지 않는 국내 유일의 친환경 방사선 차폐제, 그리고 국내 최초로 개발된 22.9kV급 고압전기 절연소재도 고객사들의 요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방사선 차폐제는 2007년경 주요 수입처인 미국 기업이 제품들을 단품 대신 패키지로만 판매하겠다고 하면서 국내 관련 기관의 의뢰로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납 소재를 사용하면 가격이 싸지만 시간이 지나며 차폐성능이 떨어지고 납 성분의 비산으로 2차 오염피해가 발생해 폐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에폭시 수지 기반의 액상용 페인트와 시트를 개발하게 됐지요. ” 화학연과 함께 개발한 고압전기 절연소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국내의 전기 작업자들이 사용하는 고압전기 보호복 중 절연 소재의 상하의는 그간 전량 일본 회사 로부터 수입됐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납품 지연으로 적기 공급에 애를 먹던 국내 관련사들이 동원엔텍에 제품개발을 요청하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 출발하는 연구개발

“절연제품의 기반은 우레탄과 에폭시 등의 화학소재입니다. 이런 물질들을 어떻게 나노화해서 잘 분산하고 가공 하느냐가 핵심이지요. 기술의 큰 맥락이 방사선 차폐제와 동일하고 기본소재도 우리가 잘 아는 폴리머라서 여기에 다른 유기물들을 합성해 차폐 성능을 높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문제라면 기본소재와 관련해 일본 회사가 갖고 있는 특허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지요.” 특허 회피의 방법을 찾던 동원엔텍은 화학연 정밀화학 융합기술연구센터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소재의 원천기술 개발과 응용 연구를 통해 화학소재 산업의 대외의존형 구조 탈피와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곳이지요. 김진철 박사는 이곳에서 부식을 알아서 스스로 치유하는 스마트 소재, 산업용수를 많이 쓰는 염색과정 없이 섬유에 패턴을 만드는 소재, 과도한 에너지 사용과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고온 경화 대신 저온에서 경화가 되는 소재 등을 개발해 왔습니다.

 

“동원엔텍의 고민을 전해 듣고 선행조사를 해보니 해외 기업들이 쓰는 소재와 차별화가 관건이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화학연이 지방산과 에폭시-우레탄 기반의 유연성 소재를, 입자 분산기술이 뛰어난 동원엔텍은 절연성이 우수한 질석 입자를 나노화해 분산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협력 사업의 연구책임자가 첫 경험이었던 김박사는 “무엇보다 기업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부담해야 할 비용과 환경규제 등을 고려하며 약 1년여에 걸쳐 적합한 기본 소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힘들었다”면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연구가 어떤 점들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말합니다.

 

약 2년여에 걸쳐 개발된 동원엔텍과 화학연의 ‘22.9kV급 고압전기 안전 보호구용 절연 소재’는 일본과 미국의 관련 특허를 회피하며 기술 국산화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본연의 성능인 절연성과 작업자의 움직임을 편리하게 하는 유연성 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동원엔텍은 현재 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성능 고압전기 안전보호복의 사업화에 힘쓰고 있는데요. 뛰어난 절연성과 유연성,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소재를 확보한 만큼 이를 전기자동차와 전동차 등 수송수단용 절연재 등으로 응용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