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너나들이
* 너나들이는 ‘터놓고 지내는 사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처음 그대로 오래가는 향수처럼
똑같은 밥도 밖에서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늘 듣던 음악도 장소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곤 하지요.
일감인 실험도구가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변신했습니다.
향수 만들기 체험에 나선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게 뭐? 스포이트요!
“이 기구 이름 아시는 분?” “스포이트요!” “화학연구원 박사님들이시라더니 아주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참 잘했어요.” 향수 만들기 체험을 돕는 조향사의 짓궂은 칭찬에 초등학생들처럼 한 목소리로 대답했던 연구원들이 다시 큰 웃음을 터뜨립니다. 오늘 만난 네 사람은 한국화학연구원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내기 연구원들입니다. 화학공정연구본부의 한승주 박사는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메탄같은 CI가스의 재활용, 의약바이오연구본부의 조용희 박사는 항암제 등의 난치성 질환 신약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화학소재연구본부의 김영윤 박사와 김세희 박사는 이차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의 전문가들이지요.
새내기들의 향기
이들은 대부분 서로가 초면입니다. 하지만 화창한 봄 날씨와 색다른 공간이 주는 해방감에 첫 만남의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화학연의 새 식구가 되었다는 소속감과 동료의식도 한 몫 합니다. 자신의 취향대로 향을 선택하는 시간. 향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연구원들이 수십가지나 되는 향들 속에서 좀처럼 갈피를 못 잡자 경험 있는 연구원들이 향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조언하며 선택을 돕습니다. 기본 오일이 결정된 후의 향수 제조 공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능숙한 스포이트 사용이 시간 단축의 일등공신입니다. 에탄올, 계면활성제, 고정제, 정제수 등으로 조성된 베이스와 기본 오일을 8대 2의 비율로 맞추고 조심스럽게 흔들자 이내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오랜 시간 꾸준하게
“향수라는 영화를 보며 제조 과정이 흥미로왔는데 오늘 그 궁금증을 많이 풀게 됐어요.” “사서 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나만의 향수를 직접 만든다는 게 무척 특별한 경험입니다.” “저는 카톡방에서 이름만 봐왔던 동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더 좋았어요. 연구소 밖에서 색다른 체험활동을 하며 만나서 그런지 더 빨리 친해지는 것 같고요.” 서로 향기를 비교하고 분주히 전화번호와 SNS 계정을 주고받던 이들은 조향사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향수 사용 팁에 다시 쫑긋 귀를 모읍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든 퍼퓸은 지속력이 가장 좋은 단계의 향수입니다. 한나절 정도만 유지하고 싶다면 손목이나 귓불 뒤에, 퇴근 후까지라면 어깨 에 가볍게 뿌려주시면 돼요. 그렇게 막 문지르시지 말고요. 톡톡톡 두드리듯, 가볍고 우아하게(웃음)”
KRICT 너나들이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화학연의 새 가족이 된 이들은 그간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또 화학연의 첫 인상을 묻자 한결같이 꼽는 단어가 있었는데요. 바로 ‘자부심’입니다. 최근 1년 간 화학연은 소재·부품·장비, 코로나19 바이러스, 탄소중립선언까지 다양한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신입 연구원들 역시 입사 직후부터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국가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학술적인 연구에 초점이 맞춰졌던 학교와 달리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과 씨름하는 연구실 구성원들의 모습은 4명의 신입 연구원들에게 새로운 사명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국가간 기술경쟁, 나아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첨병 역할을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일원이 되었다는 점이 이들에게 큰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싱싱한 첫 마음, 충만한 열정에서 느껴지는 젊은 향기가 가장 높은 퍼퓸 등급의 향수처럼 오래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