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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Collabo

어르신 위문공연부터 길거리 버스킹까지

작성자  조회수3,703 등록일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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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토리

 

어르신 위문공연부터

길거리 버스킹까지

 

한국화학연구원 음악 동호회 ‘Noise’

 

 

 

여행, 운동, 외국어, 자기 계발…. 새해를 맞아 큰 결심 속에 세운 버킷리스트, 잘 채워나가고 계신가요? 혹시 계획이 틀어지거나 각오가 흐트러졌다고 해도 속상해하기에는 이릅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시작 ‘설날’이 남아 있으니까요. 새 출발의 기회가 두 번이나 주어진다는 건 분명 한국인이라 누릴 수 있는 큰 행운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세계인의 워너비

 

 

최근 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성인남녀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이 중 30% 넘는 사람들이 첫 번째로 ‘악기 배우기’를 꼽았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워너비’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혼나가며 배우거나 뒤늦게 타고난 재능을 발견한 경우가 아닌 이상, 악기를 취미로 삼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능숙하게, 아니면 적어도 스스로 즐길 수 있을 만큼 악기를 다루려면 상당히 지루한 연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초반에는 아무리 해도 좀처럼 실력이 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이럴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좀 서툴고 부끄럽더라도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따뜻한 조언과 건강한 피드백은 입이 부르트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겨도 다시 악기를 붙잡게 만드는 큰 힘이 되곤 합니다. 화학연과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음악 동호회 ‘노이즈(Noise)’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통기타가 젊음의 비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도 됩니다. 악기는 함께하면서 배우면 됩니다. 음악에 관심이 있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특히 통기타는 대중적인 악기라 다른 악기에 비해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배울 수 있어서 처음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서호원 노이즈 회장)

 

 

 

미래관 지하 연습실에 모인 노이즈 회원들의 모습은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자주 보던 음악동아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분홍색 단체 티셔츠에 수수한 청바지, 어깨에 둘러멘 통기타가 40~50대가 주축이라는 이들을 실제보다 더 젊어 보이게 만드는데요. 손가락의 지속적인 자극이 인지기능과 감각기관을 관장하는 대뇌피질 활성화와 연관성이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통기타 연주라는 취미가 이들의 동안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노이즈’는 2012년 화학연과 안전성평가연구소의 구성원 22명이 모여 일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통기타를 배우던 비공식 모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정식 동호회가 아니었던 까닭에 연습실이 없어 빈 세미나실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세미나가 늦게 끝나는 날이면 기타를 든 채 복도를 서성이다 하릴없이 그냥 돌아서는 날도 많았다는 회고담이 음악인들의 배고팠던 시절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요.

 

 

이제는 버스킹이닷!

 

 

이듬해 정식 동호회로 등록되며 소박한 연습실을 갖게 된 노이즈는 회원 규모와 연주 실력 모두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함께 연습한 곡들로 연 3~4회씩 노인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 등을 찾아가는 정기공연에도 나섰습니다. 찾아오는 이 드물어 적적했던 어르신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 ‘오늘이 젊은 날’ ‘안동역에서’ 같은 트로트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모습은 음악만이 줄 수 있는 가슴 벅찬 경험이 되곤 했습니다.

 

노이즈의 이런 활동이 알려지며 직장 내에서도 시무식과 각종 기념일, 결혼식 축가 등의 공연 의뢰가 잦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노이즈 회원들이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2018년 디딤돌 플라자에서 열린 과학문화예술 전시회 공연입니다. 그간 갈고 닦아온 합주 실력에 인기 TV 프로그램 ‘히든싱어’ 출연 경력의 보컬 회원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최상의 화음을 선보이는 무대가 되었지요.

 

이 공연을 계기로 건반 주자가 새로 충원되고, 최근에는 젊은 여성 베이시스트까지 합류해 악기 편성이 더욱 다양해진 노이즈는 이제 동호회원 모두의 버킷리스트인 ‘버스킹’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층 짜임새 있는 화음을 향해 기타 줄과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는 이들의 하모니가 곧 다가올 봄꽃의 계절, 화학연과 거리 곳곳을 음악의 향기로 더욱 화사하게 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회장 서호원 선임기술원(좌) 총무 김종운 책임연구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