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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Collabo

나를 부르는 산(山) / 한국화학연구원 산악회

작성자  조회수3,292 등록일2023-09-04
05. 스토리_1.png [1,131.9 KB]

KRICT 스토리

나를 부르는
산(山)

한국화학연구원 산악회

 

 

등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야외활동의 적기인 봄가을은 물론이고 잠깐만 움직여도 땀나는 여름, ,추위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겨울에도 기어코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는 이들은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주말 산행에 나선 KRICT 산악회 회원들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왜 산에 오르는가?

 

총무 전남중 책임연구원(좌), 회장 임종선 책임연구원(우)

 

평지가 많은 유럽이나 미주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국의 자연환경이 매우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합니다. 특히 서울과 대도시 어디나 바로 근교에 크고 좋은 산들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비중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등산인구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등산에 나서거나 산속 숲길에서 산책을 즐긴다고 합니다.

오늘 화학연 산악회가 찾은 곳은 충남 금산의 서대산입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인 이 산은 정상 부근의 기암절벽과 협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해발 905m로 충청남도에서 가장 높은 산답게 오르는 길이 만만찮습니다. 산 아래 등산로 초입부터 강우레이더관측소가 있는 중턱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잘 닦여 있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호흡이 가빠지고 평소에 안 쓰던 다리 근육들도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합니다.

이날 서대산 등반에 나선 산악회의 회원은 약 30여 명. 전체 회원수가 50명이니 절반이 넘는 인원이 참석한 것인데요. 회장인 임종선 박사는 “공식적인 정기 산행은 시산제, 종산제, 송년회 형식의 연말 산행까지 연간 5차례가 있는데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 주말마다 이렇게 희망자들을 모아 국내의 명산을 함께 찾고 있다”고 귀띔합니다.

 

 

“등산은 인내의 예술”

 

 

주차장에서 함께 출발한 일행은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며 삼삼오오 행렬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운동 삼아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는 회원들도 있고, 길섶 여기저기 풀과 나무들을 살피며 산책하듯 찬찬히 걸음을 옮기는 회원들도 많습니다.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다양하게 산행을 즐기는 모습들이 인상적인데요.

철학자 니체가 그의 역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한 스위스의 질스마리아는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늘 호젓한 산길과 호숫가를 걸으며 사색에 잠기곤 했다는데요. 그가 남긴 등산에 관한 명언 속에서 바쁜 업무와 일상을 뒤로 하고 매주 산을 찾는 산악회 회원들의 다양한 마음 풍경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험한 산을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삶은 없으리라.”

 

 

피톤치드 가득한 주말 아침

 

 

산악회는 화학연의 여러 동호회 중에서도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연구소 조성 공사가 한창이던 1978년에 첫 모임이 시작됐으니 올해로 어느새 창립 45주년을 맞고 있는 것인데요. 1980년대 들어 속속 완공되는 건물들이 늘어나고 인원과 조직이 확대되면서 등산동호회의 회원들도 빠르게 불어났습니다. 시설팀 등이 위주였던 초창기 회원들의 구성도 젊은 연구원들이 늘어나며 한층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등산 횟수와 경험이 쌓이며 산행의 범위도 국내의 숨은 명산을 비롯해 4,905m 높이의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원정까지 계속해서 넓어졌습니다. 특히 2013년에는 산악회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화학연의 많은 비회원 동료들과 울릉도를 찾았는데요. 정상 등반이 필수가 아닌 만큼 각자의 체력과 선호도에 맞춰 성인봉 산행팀과 여행팀이 나뉘어 움직이며 각자의 방식대로 울릉도의 비경을 만끽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이틀째가 되자 다 함께 모여 울릉도에서도 뱃길로 2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독도로 향했는데요.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고 할 만큼 좋은 날씨를 만나기도, 입도하기도 어려운 독도 땅을 다함께 밟게 돼 기쁨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환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몇 해가 흐른 지금까지도 울릉도와 독도 탐방을 재추진해달라는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적인 등반가 수준의 회원과 정상보다 주변을 둘러보는 트레킹에 더 만족하시는 회원들이 뒤섞여 격의 없이 정을 나누는 하이브리드 스타일 동호회”라는 임종선 박사의 설명처럼 화학연 산악회는 관심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활짝 열려 있다고 합니다. 또한 건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화학연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교류하고 친밀감을 쌓는 데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것 역시 회원들의 큰 자랑거리인데요.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오른 전설적인 등반가 에드문드 힐러리 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오르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말이지요. 이번 주말, 익숙한 공간을 떠나 한번쯤 피톤치드 가득한 산길에서 아침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