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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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이제 눈으로 예방해요” 콜드체인 안심라벨 양산 임박
한국화학연구원 X (주)뉴처
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식중독 위험지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김밥에 이어 올해는 냉면을 먹은 손님들에게서도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여름철 식품위생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데요. 최근 화학연의 연구개발 성과 중특히 많은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콜드체인 안심라벨’이 연내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어 식중독 예방과 관리에 특별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잠깐의 상온노출도 금물
(좌) 어류와 육류, 청과물 등 식료품의 변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콜드체인 안심라벨
(우) 콜드체인 안심라벨의 상용화 브랜드 '프레시키퍼'의 기본 디자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산업단지. 이곳에는 올해 3월 새로 입주를 마치고 본격적인 생산라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무려 27대 1의 경쟁을 뚫고 화학연의 콜드체인 안심라벨 기술이전 기업으로 선정된 (주)뉴처입니다. 화학연의 콜드체인 안심라벨 기술은 특유의 혁신성에 더해 압도적인 가격경쟁력과 범용성으로 적잖은 화제가 되었는데요. 연구 성과 발표 한 달 뒤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는 국내외 약 40여 곳의 유통·제조업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빠른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간 농축수산물과 유제품, 수산물 등의 신선식품은 미세한 온도와 습도 변화에도 쉽게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 상품이 한 곳에 모였다가 각 배송지로 이동하는 기존의 물류 시스템으로는 신선도를 온전히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산지에서 식재료를 바로 냉장·냉동해 저온 상태의 창고와 배송차량으로 운송하는 이른바 ‘콜드체인’ 시스템이 도입되며 소비자들은 클릭 몇 번 만으로 몇 시간 만에 집에서 신선식품을 받을 수 있게 됐지요. 그야말로 획기적인 유통혁명이라 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배송 시간에도 불구하고 콜드체인 시장은 보다 정교하고 안전성 높은 기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허술한 냉장포장이나 배송차량의 저온설비 오작동 등 아주 사소한 실수로 인해 예기치 않은 식중독 사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냉장·냉동 보관된 신선식품이 상온에 노출되면 빠르게 세균이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녹았다가 다시 얼려도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제품의 변질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일부 세균은 식재료의 맛과 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서식할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요.
‘성능·가격·신뢰성’의 삼박자
(위) (주)뉴처 연구개발진 (아래)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
2020년 화학연 오동엽 박사팀이 개발한 콜드체인 안심라벨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식재료의 온도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기술입니다. 저온배송 중인 신선식품이 기준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면 콜드체인 안심스티커에 감춰진 특정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비결은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섬유 필름’에 숨어 있습니다. 저온에서는 나노섬유 필름이 빛을 산란시켜 불투명하게 보이도록 하고, 상온에 노출되면 빛을 투과시키는 투명 상태가 돼 뒷면에 덧댄 일반 필름의 이미지가 나타나게 만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화학연 연구진은 식재료마다 부패에 이르는 시간이 다른 점을 고려해 나노섬유 필름의 조성과 두께에 변화를 줘 투명해지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종의 타이머를 장착한 것이지요. 덕분에 화학연의 콜드체인 안심라벨은 제품 특성에 따라 상온 노출 이력과 시간까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콜드체인 안심라벨을 부착한 제품은 상온에 한 번이라도 노출되면 다시 냉장·냉동해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임의의 조작도 불가능한 것이었지요. 화학연이 개발한 이 자가치유 물질 기반 온도변화 감지필름 제조기술은 소재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소개되며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많은 기업들이 콜드체인 안심라벨의 기술이전을 원하는 가운데 기술력과 자본, 사업 경험 등 여러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뉴처가 화학연의 상용화 파트너로 선정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뉴처는 2020년 설립된 신소재·재생에너지 분야의 신생 기업인데요. 앞서 유제품 등의 식품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국내 콜드체인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던 이진환 뉴처 대표는 여러 가지 관련기술을 탐색하다 화학연이 온도변화 감지 라벨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 대표는 “해당 기술이 향후 식품과 의약품 등 콜드체인 시스템의 혁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란 사실을 깨닫는 즉시 일면식도 없던 화학연 연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데요.
새 이름 얻은 콜드체인 안심라벨
아직 연구의 최종 결과가 확실치 않던 시점부터 6개월 이상 지속된 뉴처의 관심은 화학연 연구진에게도 상당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상품기획 능력, 특히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열정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치열한 경합 속에 2020년 8월 마침내 기술이전 기업으로 최종 선정된 뉴처는 이후 화학연의 콜드체인 안심라벨 기술 상용화의 기반을 착실히 닦아왔습니다. 여러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으며 양산에 필요한 투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CJ제일제당·롯데·아워홈·풀무원을 비롯해 러시아의 대형 수산물업체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로 제품공급 협약의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2022년 국가신기술(NET)로 인증되며 학생·공무원·군인 등 단체급식의 안전을 관리하는 정부기관들과 함께 시범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인데요.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시제는 ‘프레시키퍼(Fresh Keeper)’란 상용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콜드체인 안심스티커 시장 확대에 또 다른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유통기한 표시제는 먹어도 문제가 없는 식품들까지 버리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기한 표시제는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표시해 불필요한 음식물 낭비를 줄이게 될 전망인데요. 특히 육류와 유제품을 생산하는 낙농업이 제조업 못지않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2050 탄소중립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콜드체인 안심라벨의 산파인 화학연 연구진의 후속 연구개발도 한창입니다. 화학연은 현재 콜드체인 시스템이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백신 등의 의약품과 혈액, 이식용 장기 등을 다루는 바이오 물류에서도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해 콜드체인 안심스티커의 시간·온도 감지와 반응 범위를 더욱 정밀하게 조절하는 연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