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RICT 이모저모

후각이 즐거워야 국민도 행복하다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3,311 등록일2023-01-30
197_img_31.png [707.3 KB]

지구를 지켜라

후각이 즐거워야 국민도 행복하다

 

인간의 뇌는 호기심이 많은 기관입니다.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늘 궁금해하지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뇌’에서 인간이 뇌에 가할 수 있는 고통 가운데 가장 혹독한 것이 아무 자극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외부의 정보를 감지해 뇌에 전달하는 오감 중에서도 후각은 감정에 가장 밀접한 감각기관이라고 합니다.

 

 

행복도 높이는 향기, 불쾌함 부르는 냄새

영화 ‘기생충’이나 조지오웰의 소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향기 혹은 냄새는 오랜 시간 계급의식의 상징으로도 작용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냄새에 대한 뇌의 기억을 이용하는 향기 마케팅(scent marketing)도 일찍부터 발전해 왔는데요. 미세하게 제품의 향기를 조정해 고객 충성도를 높여온 화장품 회사들을 비롯해 항공사와 호텔, 자동차 기업에서도 알 듯 모를 듯 실내에 특별한 향을 조성하는 향기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어릴 때부터 브랜드 고유의 향기에 익숙해지면 성인이 돼서도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뇌 과학계에서는 후각을 관장하는 대뇌 변연계와 피질이 감정과 기억력, 창의력을 관장하는 부위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좋은 향기를 맡으면 행복한 추억이 떠오르고 나쁜 냄새를 맡으면 불쾌한 기억이 되살아나게 된다고 하지요. 또 사이코패스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후각 능력 상실, 치매 발병 초기에 가장 먼저 이상을 일으키는 후각 기능, 자신이 태어난 강을 냄새로 찾아가는 연어 회귀의 비밀까지 냄새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시민들의 행복감과 만족도를 책임지는 공공 서비스의 영역에서도 냄새는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안입니다. 특히 인구와 교통량이 집중되는 대도시와 산업단지 인근의 배후 도시들은 각종 폐기물과 대기오염물질에서 비롯되는 악취 문제의 해결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화학연 역시 국민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연구개발 과제 중 하나로 악취 문제의 개선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악취·미세먼지 함께 잡는다

사람 고유의 체취나 곰팡이, 세균, 박테리아 등의 증식으로 생기는 냄새를 빼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악취는 대부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에서 비롯됩니다. 자동차 배기구와 공장 굴뚝, 쓰레기 매립지와 축산농가의 폐기물 등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구조의 냄새 분자가 대기 중에 떠다니다 콧속의 후각 수용체 세포와 결합하면서 뇌에 신경신호를 전달되는 것이지요.

이런 냄새 분자는 대기오염의 원인물질인 미세먼지, 온실가스와도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대기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화학연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이하 연구단)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게 이 때문입니다.

2019년 출범한 연구단은 화학연이 보유하고 있는 미세먼지 관련 연구자원을 전 방위적으로 관제하는 범 본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입니다. 장태선 연구단장과 각 본부 소속 16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그간 각 연구그룹 차원에서 추진됐던 화학연의 미세먼지 연구 관련 역량과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지요.

이들이 맡고 있는 연구개발 분야는 소재, 촉매, 위해 예측, 모니터링, 분석기술, 감지기술, 환원기술, 산화기술, 흡착기술, 반응제어, 저감실증, 전산모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지만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미세먼지, 온실가스, 악취 등의 복합적인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고 그에 따른 근본적인 예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2차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 기술 개발이 핵심적인 임무입니다.

 

 

저감과 동시에 자원화까지

2차 미세먼지라 표현되는 가스상 전구물질은 공장 굴뚝과 발전소, 자동차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과 제품생산 화학공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황산화물(SOx), 축사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모니아(NH3)가 주종을 이룹니다. 이들이 반응성이 강한 수증기, 오존 등과 결합해 2차 미세먼지 씨앗을 만들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시에 대기 중의 추가적인 오염물질과 지속적으로 결합하면서 더욱 심한 악취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양한 공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오염 물질들이 대기화학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화학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2차 미세먼지의 분석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와 함께 실질적인 대응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복합적인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위해 촉매와 흡착 소재, 저감장치의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지요.

화학연에서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친환경 화학기술의 역할을 소개하고 대내외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매년 ‘KRICT R&SD(Research & Solution Development)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은 2019년 연구단 출범 이후 2022년 까지 매년 R&SD 포럼을 주최하였으며, 미세먼지, 악취, 기후위기 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화학기술에 대해 발표하여 많은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연구단은 비요소수 기반 탈질 촉매와 온실가스 전환 촉매, 대기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흡착제, 펄스형 정화장치로 구성되는 신개념의 VOCs 저감 시스템을 선보였는데요. 석유화학 단지와 화학소재 기업, 가구공장 등을 통해 현장실증이 이뤄지고 있는 이 기술은 고가인 데다 구조가 복잡하고 에너지 소비도 많은 기존 정화장치들과 달리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동시에 부수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어 악취 문제 해결과 함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현실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현재 연구단이 추진 중인 악취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에서 특히 더 주목할 부분은 대기오염의 원인물질을 저감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용한 화학제품 자원으로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대기오염물질이 대부분 화학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만큼 이를 저감하는 반응을 제어해 무해화하는 한편 목적에 맞게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도 찾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산업단지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악취, 미세먼지 등의 원인물질과 온실가스를 포집해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미세먼지·온실가스 저감 및 자원화 장치’의 세계 최초 상용화에도 주력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화학연의 노력이 국민과 인류 모두의 행복감을 높이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