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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이모저모

물감 속 화학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4,169 등록일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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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화학사

물감 속 화학

글 | 심보경(김포교육지원청 장학사)

멋진 풍경이나 정물, 인물 등을 그린 그림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평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화려하거나 은은한 색감이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는 듯합니다. 캔버스 위에 색은 무엇으로 표현하지요? 그렇습니다. 물감이 있기에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캔버스 위에 표현될 수 있습니다.

 

 

물감에는 어떤 화학이 있을까요?

물감은 그림을 그리거나 섬유 등을 물들이는 데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보통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하는 것은 안료, 옷감을 물들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염료라고 합니다. 간단하게는 염료는 물과 기름에 잘 녹는 성분이어서 물들이는데 쓰이고, 안료는 잘 녹지 않아 바르는 데 쓰이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안료는 만드는 재료에 따라 무기안료와 유기안료로 구분합니다. 화합물을 구분할 때 크게 탄소로 구성된 유기화합물과 그 외의 무기화합물로 구분하지요. 무기안료는 광물성 안료 또는 착색 무기화합물을 제조하여 사용하고, 유기 안료는 유기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안료는 용매에 완전히 혼합되지 않고 용매와 섞여 있는 콜로이드 형태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물에 타서 그림을 그리게 되면, 물이 증발하면 벽이나 종이에서 쉽게 떨어져 버립니다. 안료를 종이에 붙이기 위해서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우리가 흔히 쓰는 수채화 물감은 아라비아 고무를 이용하여 안료의 점성을 유지하고, 유화물감은 아마인유, 아크릴물감은 아크릴수지와 같은 용매가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알타미라 동굴이나 라스코 동굴 등의 벽화에서도 채색이 사용된 그림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숯과 자연 염료를 혼합해 색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라스코 동굴 벽화의 색소를 분석한 결과 빨간색은 적철광, 노란색은 황철석을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광물을 이용하여 색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광물과 같은 무기 안료를 이용해서 그린 고대의 벽화들은 변색이 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발트블루는 코발트와 알루미늄염을 합성하여 만들 수 있고, 맑은 푸른 빛을 내는 염료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물감 중에 시에나가 들어가는 물감이 있는데요, 이는 이탈리아의 시에나 지방의 흙을 안료로 사용하는 물감을 이야기합니다.

울트라 마린이라는 물감의 원료는 청금석이라는 광물을 원료로 하는데 중세에는 황금에 준할 정도로 매우 비쌌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를 채색할 때처럼 귀한 곳에서만 사용했다고 하네요. 좀 더 싼 파란색 안료인 아주라이트는 녹색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안정성이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 갈색으로 변합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라는 그림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색감으로 유명합니다. 이것은 물감에 불포화지방산인 아마인유(linseed oil)를 사용하여 유화 기법을 완성하였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유화 물감에는 아마인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방산은 지방족 사슬을 가지고 있는 카복실산을 말하며 사슬의 포화 여부에 따라 포화 또는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눕니다. 탄소와 탄소 사이의 수소 원자가 부족하여 탄소 사이의 이중결합이 있는 지방산을 불포화지방산이라 하는데요, 아마인유는 탄소와 탄소 사이의 이중결합이 많이 있는 불포화지방산입니다. 지방산 사슬 중에 이와 같은 불포화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면 녹는점이 낮아 상온에서 보통 액체로 존재합니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포화기가 다리결합(가교결합)을 하며 굳어지게 되는데 이런 점을 물감에 이용한 것이지요.

가교 결합은 사슬 모양의 고분자 사슬 사이를 화학결합에 의해 서로 연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교결합의 수가 많아질수록 강도는 커지게 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안료는 물이나 기름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물감처럼 사용하기 위한 용매가 필요합니다. 유화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전까지 중세 유럽에서는 회반죽을 이용한 프레스코 기법과 용매를 사용하는 템페라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템페라 기법은 달걀에서 노른자만을 빼 약간의 물을 섞어 우유처럼 만든 뒤, 물에 용해시킨 안료를 섞어 물감으로 만들었습니다. 빨리 마르기 때문에 직접 패널 같은 곳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온도나 습도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건조된 뒤에도 갈라지거나 떨어지지 않는 강점이 있습니다. 덧칠을 많이 할수록 붓 자국이 시각적인 혼합 효과를 주어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템페라 물감은 넓은 붓을 사용하면 표면에 기포가 생겨 얇은 붓으로 여러 번 덧칠을 해야하고, 명암 등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으며 붓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잘 알지요? 이 그림은 템페라 기법과 유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템페라에 사용하는 달걀 노른자는 수분이 50% 이상인 에멀젼인데 유화는 기름이어서 섞이지 않고 분리가 되면서 채색층이 쉽게 떨어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물과 기름은 서로 잘 섞이지 않으니까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화학을 좀 더 알았더라면 최후의 만찬을 복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요?

간편한 튜브 물감이 발명되면서 불편한 템페라 기법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양에서는 어떤 물감을 사용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먹을 사용했는데요. 먹은 소나무(송진), 기타 식물의 기름을 연소시켜 생긴 그을음을 아교로 굳혀서 만듭니다. 아교는 동물의 가축?힘줄?창자?뼈 등을 고아 그 액체를 고형화한 물질인데요, 주성분이 젤라틴입니다. 먹이 만들어질 때 40~50% 정도 수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수분이 건조되면서 조금씩 배출되어 완제품이 되었을 때는 약 18% 정도만 수분이 남는다고 합니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먹의 내부에 공기구멍이 형성되어 습기가 적은 날에는 수분을 방출하고, 습기가 많은 날에는 수분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수분 조절에 의해 농담과 번짐의 조형성을 만들고 부착력이 강하여 한지에 잘 흡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사찰에서는 단청이 있지요? 여기에는 광물성 안료를 사용했습니다. 광물성 안료는 금속 원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광물 속 금속 원소들이 다른 원소와 화학결합을 하면서 광물마다 고유한 파장의 빛을 흡수해서 서로 다른 색을 띠게 됩니다. 흰색 안료인 연백(2PbCo3 ?Pb(OH)2)은 납이 들어있습니다. 연단의 경우는 같은 납이 들어있으나 주황색을 띠지요. 선명한 녹색은 공작석의 구리에 의한 색입니다.

채색화에는 이런 광물성 안료를 이용하여 멋진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물감에도 화학적인 성질을 이용해서 채색을 한 옛 선조들의 지혜가 뛰어났지요? 예술 작품에 있는 또 다른 화학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