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플라스틱 쓰레기,
폐기물에서 친환경 자원으로
별 생각 없이 버려온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결국 지구 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소각이나 매립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 미세먼지에 이어 사람의 폐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플라스틱의 역습
지난 4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헐요크 의대 연구팀이 살아 있는 사람의 폐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했습니다. 그간 숨진 사람을 부검한 폐 조직에서만 발견됐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살아 있는 환자들에게서 검출된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폐 수술을 받은 13명 환자의 대부분인 11명에게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발견됐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20명 중 13명에게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연구진들은 특히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코와 기도에서 걸러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폐 하부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점에 더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뿐만 아니라 뇌와 심장으로도 침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보다 한 달 전 네덜란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건강한 성인 22명 중 17명의 혈액에서 측정 가능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기도 했는데요. 성분별로 보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가 50%, 스티로폼 재료인 PS(폴리스타이렌) 36%, 식품포장재로 많이 쓰이 는 PE(폴리에틸렌) 23% 순이었습니다.
ㄱ
돌고 돌아 결국 인류에게로
세계의 환경 관련 단체들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2017년 보고서에서 현재 전 세계의 플라스틱 누적생산량이 약 83억 톤, 2050년경에는 34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과 UN 등은 이 가운데 25% 이상을 차지 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상당 부분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해 인류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 전망해왔는데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잠재적 위험성이 실제로 속속 현실 화되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비닐봉투 무료제공에 이어 올해 부터는 카페 등 매장 내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등 플라스틱 제품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손쉬운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은 여러 재질이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
류, 세척, 파쇄해서 재가공하는 기계적 재활용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방법은 상품가치도 떨어지고 재활용 횟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에서 분해한 뒤 액체연료나 가스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저급 연료라는 게 문제입니다. 화석연료 규제정책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마당에 이를 역행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되돌려라
현재 플라스틱의 가장 이상적인 재활용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을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입니다. 폐플라스틱을 소재 합성 이전의 원료로 완전히 되돌려 무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해중합’(解重合)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초원료물질인 단량체들을 합쳐 큰 분자 덩어리로 만든 플라스틱을 원래의 단량체들로 분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중합 기술에도 제약이 있는데요. 바로 큰 비용이 필요한 공정입니다. 반응 조건이 고온·고압인 데다 오염물질 제거에도 많은 에너지 사용으로 채산성이 낮아지는 것 입니다. 또한 해중합을 통해 얻은 단량체에 인체에 유해한 유기물이나 금속 불순물이 남을 가능성도 있어 상용화가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연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 중 하나인 PET를 저온에서 적은 에너지로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는 친환경 해중합 원천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기존에 주로 쓰이던 촉매보다 저렴하고 독성이 낮은 촉매로 100℃ 이하에서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폐플라스틱을 원료물질로 재생시키는 자원 순환형 기술이지요. 이 기술은 한 국내기업에 기술이전돼 연간 1만 톤 규모의 실증설비 구축이 한창인데요. 화학연 연구진은 더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유색 PET와 폴리에스터 섬유 등의 해중합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해중합된 PET 단량 체를 미생물을 이용해 의약품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로
가볍지만 덩치가 커서 분리수거, 재활용 모두 골치가 아픈 스티로폼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수만 톤 이상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스티로폼은 전체 부피의 98%가 공기층이 단 2%만이 원재료인 폴리스타이렌입니다. 아주 작은 양의 폴리스타이렌에 탄화수소가스를 주입해 크게 부풀리는 것이지요.
따라서 재활용을 하려면 먼저 부피를 확 줄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톨루엔 같은 유해물질을 사용하거나 고온의 열을 가하는 것입니다. 화학연은 이런 기존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용매와 상온에서 폐스티로폼을 녹여 부피를 줄이고, 다시 친환경적인 촉매를 이용해 기초원료물질인 스타이렌 단량체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 중인데요.
화학연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원래의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자원화 기술뿐만 아니라 문제의 싹을 아예 잘라내기 위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낙하산만큼 질기면서도 땅 속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아 해중합 효소를 대량생산하는 연구 등이 그것인데요. 인류의 생활상을 크게 발전시켰지만 이제 천덕꾸러기가 된 플라스틱을 화학의 힘으로 개과천선시켜 착하고 건강한 제2의 플라스틱 시대를 열고자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