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경의 교과서 속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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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고 저어, 또 저어서
달달함을 만나는 달고나 커피
코로나19로 집콕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지요? 이미 만들어 보셨나요? 달고나 커피에는 달고나가 들어가지는 않고요. 달고나 맛과 색을 띤다 해서 달고나 커피라고 합니다. 달고나 커피의 인기에 힘입어 시중에서 실제 달고나가 들어있는 커피가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핫한 달고나 커피는 팔의 완력을 사용해야 가능한 커피이지요. 이번에는 달고나 커피에 들어있는 화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집에서 엄마 몰래 달고나를 만들다가 국자를 태워본 적이 있나요? 달고나는 설탕을 녹인 후에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 부풀려서 만들지요. 달고나가 부풀어 오르는 것은 탄산수소나트륨이 열분해 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중학교 때 화학변화를 배울 때 가장 많이 예시로 들었던 것일 거예요. 달고나가 갈색을 띠는 이유는 설탕의 당류가 산화되며 고분자를 형성하는 캐러맬화 반응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달고나 커피도 캐러맬화 반응이 일어날까요? 달고나 커피의 갈색은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높은 온도에서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달고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달고나 커피의 원리는 머랭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해요.
머랭을 만들 때 달걀흰자를 사용하는 것 아시지요? 바로 달걀흰자 단백질의 성질 때문인데요. 표면장력이 약한 달걀 흰자는 거품을 잘 낼 수 있어요. 표면장력이란 액체끼리 서로 끌어당기며 결합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라 볼 수 있는데요, 물방울이 둥그렇게 생긴 이유가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표면장력이 약하면 액체끼리 당기는 힘이 약하니까 기포가 잘 생겨서 거품이 날 수 있어요. 계란 흰자의 단백질이 표면장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기포가 생기면 거품을 잘 유지해야겠지요? 계란 흰자에 공기가 들어가게 되면 단백질이 액체에 잘 녹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거품이 생성되고 유지되면서 머랭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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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달고나커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달고나 커피는 커피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같은 비율로 넣고 계속 섞어주면 만들 수 있습니다. 참 쉽지요? 어떤 사람은 400번 정도 저어주면 된다고도 하고, 그것으로는 어림없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어쨌든 간에 열심히 저어주면 끈적끈적한 달고나 색을 내는 크림이 만들어집니다. 이 크림을 우유에 섞어 마시면 달콤한 달고나 커피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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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커피가루와 설탕 뜨거운 물로 크림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것은 커피에 들어있는 단백질 때문입니다. 커피 원두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으로는 글루탐산, 류신, 아스파라긴 등이 있어요.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말하고, 아미노산과 아미노산은 펩타이드 결합을 하게 됩니다. 이런 펩타이드 결합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폴리펩타이드라 하고, 폴리펩타이드가 접히거나 꼬인 것이 여러 개 엉켜 덩어리를 이룬 형태를 단백질이라 부릅니다. 아래 그림에서 R을 작용기라 부르며 R의 종류에 따라 다른 종류의 아미노산이 만들어집니다. R의 종류는 20여 가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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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의 아미노산으로 열심히 저어주면 끈끈한 크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미노산은 종류에 따라 수분과 잘 결합하는 친수성과 물과 잘 결합하지 않는 소수성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글루탐산은 친수성이지만, 류신은 소수성이에요. 단백질을 빠르게 저으면 일시적으로 꼬여있는 단백질 구조가 풀리면서 친수성 아미노산은 물과 결합하고 소수성 아미노산은 공기와 결합해 용액 속에 공기 방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즉, 거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거품을 잘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설탕입니다. 설탕이 들어가면 거품 형성을 늦추면서 부피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거품의 안정성을 높여주게 됩니다. 그래서 설탕은 거품이 형성된 이후에 넣어주는 것이 좋아요. 설탕은 물을 잘 흡착하는데 설탕이 수분을 머금고 있으면 단백질의 변성을 방해하기는 하지만, 수분을 유지하는 보습 성질에 의해 기포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설탕의 양이 적으면 크림을 쉽게 만들 수는 있지만 거품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고, 설탕의 양이 너무 많으면 고되게 저어주어야 겨우 크림이 완성될 수도 있어요. 여하튼 거품이 어느 정도 생긴 후 적당량의 설탕을 넣고 계속해서 휘저어 주면 공기가 더 잘 유입되어 단단하고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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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는 커피가 잘 녹지 않으므로 따뜻한 물을 사용하지만,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단백질이 변성되거나 거품이 쉽게 사라집니다. 단백질은 열에 약해서 잘 변성됩니다. 어느 온도일 때 가장 적당한 크림이 만들어지는 지, 설탕의 양에 따라 거품의 지속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구해보는 것도 재밌는 실험이 될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적당히 높은 온도에 커피가루를 녹이고 휘휘 저어 거품을 만들고 적당한 시기에 설탕을 넣어서 팔뚝의 힘줄이 터지도록 젓거나, 핸드믹서라는 기구를 사용해서 조금 우아하게 저어서 크림을 만들 수 있답니다. 코로나 19로 집에만 있기 심심하다면 오늘은 다양한 조건으로 달고나 커피를 만들며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전에 팔 힘부터 키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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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심보경 김포교육지원청 장학사
심보경 장학사는 1997년 동국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역곡중학교, 석천중학교, 소사중학교, 부천공업고등학교, 부천고등학교에서 화학교사로 재직했다. 부천과학교사연구회, 화학으로 통하는 사람들, 참과학 등 교사연구회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경기도 김포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다.